작은 운명 (61)

 

우둔도 마음을 잡고 생활하고 있었다. 우둔이 서른살 되던 해에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숙경이 다시 나타났다. 숙경은 만점과 헤어지고 아이를 낙태한 다음 서울로 가서 지냈다.

 

그러다가 어떤 부잣집 외아들을 만나 연애를 했다. 그 외아들은 숙경의 그림에 빠져 연애를 시작한지 3개월만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숙경과 혼인신고를 했다.

 

그리고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돈많은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했다. 나중에 자신들의 전재산이 외아들에게 돌아갈 것인데, 며느리가 잘 들어와서 그 재산을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외모는 날나리같고, 그림이나 그린다고 하고 있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시켜달라고 하니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흥신소를 시켜서 숙경의 뒷조사를 시켰다. 흥신소에서는 숙경이 대학교도 중퇴하고 만점의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수술을 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부모들은 펄펄뛰면서 반대를 했다. 하지만 외아들은 정반대였다. ‘예술을 하는 여자는 정신이 자유로워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연애를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임신하였다가 낙태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오직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였지만, 나이 먹은 부모 입장은 전혀 달랐다. 대학교도 다니다 말고, 어린 나이에 임신낙태를 한 여자를 무엇 때문에 부잣집에서 며느리로 받아들여야하는 것이냐는 반문이었다.

 

부모들이 결사반대하자, 외아들은 비장한 결심을 했다.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했고, 숙경과 혼인신고를 한 다음 동거를 시작했다. 부모들이 정 그런 식으로 나오면 부모 재산을 상속받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 부모들은 외아들에게 이미 많은 재산을 사전증여형식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외아들은 독립해도 충분한 재산이 있었다. 숙경은 행복했다. 자신의 과거를 모두 이해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도록 후원해주니 너무 좋았다.

 

외아들은 숙경에게 화실도 차려주었다. 자가용도 사주었다. 숙경은 마음을 잡고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지 숙경은 예전과 달리 동물 그림도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형태로 그렸다.

 

뱀이나 악어 등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토끼와 새, 원숭이 등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림 속의 여자의 이미지는 부드럽지 않은 채 남성성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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