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9)

 

민첩 아버지 김우둔이 25살 때 아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같은 동네 사는 정숙경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지망생이었다. 숙경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주로 동물과 여자의 그림을 그렸다.

 

모든 그림에 여자와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장면을 그렸다. 여자는 약간 남성스럽게 생겼고, 동물은 약간 여성스럽게 생겼다. 여자가 동물을 안고 있는 장면이거나 동물과 싸우는 장면을 신비스럽게 그렸다. 사람들은 숙경의 그림에서 이상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우둔은 숙경에 빠졌다.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숙경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난리를 쳤지만 숙경은 요지부동이었다. 우둔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어느 날 우둔은 참을 수 없어 숙경이 혼자 외출하는 것을 뒤따라가서 붙잡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사랑해요. 같이 식사를 해요.” 숙경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갑자기 무슨 사랑이예요?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숙경은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우둔을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어간 레스토랑은 호숫가에 있었다. 때는 은행잎이 아주 진하게 변한 가을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 들어오고 있었다.

 

창밖으로 연인들이 팔장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를 할 때 숙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둔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둔은 와인을 시켰다. 숙경도 좋다고 했다. 두 사람은 와인을 마셨다.

 

가을의 정취 때문에 술이 제멋대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취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걸었다. 자연스럽게 팔장을 꼈다. 벤치에 앉아 있었더니 우둔을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갑자기 어떤 남자가 우둔의 머리를 내리쳤다. 우둔이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공칠의 아버지 최만점이었다.

 

이런 못된 인간들 봤나? 남의 애인을 데리고 놀아!”우둔은 아차 싶었지만 상황은 이미 진행된 상태였다. 숙경은 그냥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만점은 무척 흥분한 상태에서 우둔에게 말했다. “한번만 더 내 여자에게 집적대면 너는 죽을 줄 알아!”

 

이 일을 겪고나서 우둔은 숙경에게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한달쯤 지나서 길에서 숙경을 우연히 만났다. 숙경은 우둔에게 같이 가서 술을 마시자고 했다. 술집에서 숙경은 울면서 하소연했다.

 

최만점은 내가 싫어하는데도 나를 강제로 강간한 다음 꼼짝 못하게 구속하고 있어요. 그 사람을 벗어나기 위해서 서울로 가려고 해요.”우둔은 갑자기 정의감이 솟았다.

 

이 여자를 최만점이라는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겠다. 그러면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며칠 후 우둔은 만점을 만났다. “미안하지만, 숙경에게서 손을 떼! 숙경은 당신을 싫어하고 있어.”

 

두 사람은 무서운 격투를 벌였다. 결과는 우둔의 비참한 패배였다. 우둔은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61)  (0) 2019.12.10
작은 운명 (60)  (0) 2019.12.10
작은 운명 (58)  (0) 2019.12.09
작은 운명 (57)  (0) 2019.12.08
작은 운명 (56)  (0) 2019.12.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