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07)

 

강 교수는 워낙 어려운 환경에서 처가의 도움으로 박사가 되고 교수까지 되었기 때문에 바람을 필 때도 매우 조심스럽게 했다. 일단은 부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최선의 노력을 했다.

 

여러 가지 연구를 해서 외도에 대한 증거를 사전에 없애버리고,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 불필요한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했다.

 

우선 증거란 무엇인가 관해 법률서적을 샅샅히 뒤져보았다. 결혼한 다음 배우자의 부정행위의 개념과 범위에 관한 법서와 대법원의 판례, 지방법원의 판결을 모두 검토했다. 증거인멸죄에 관한 논문도 찾아서 읽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무상 어떤 증거가 문제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인터넷 서치를 광범위하게 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증거란 매우 단순한 것들이었다.

 

남자의 와이셔츠에 루즈를 묻혀온다든가, 남자의 내복에 이상한 분비물의 흔적이 남았다든가, 핸드폰에 남아있는 문자메시지, 카톡메시지, 메신저메시지 등이었다.

 

또는 복제폰이나 비밀녹음장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또는 흥신소에 의뢰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도 있었다. 몇 달 동안 이런 분야의 연구를 하니 강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되었다.

 

‘남자가 바람 필 때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법과 문제점’으로 학위논문을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내용으로 대학에서 강좌를 개설하거나 어디 돌아다니면서 공개강의를 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였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때 언론에서 어느 고위공직자가 별장에서 여자와 춤을 추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건에서 사진에 찍힌 남성과 그 고위공직자가 동일한 인물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에도 강 교수는 연구조교까지 동원해가면서 그 사건에 대한 모든 보도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했다. 최근에는 또 말레이시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보도되어 강 교수의 흥미를 끌었다.

 

말레이이사는 이슬람 국가로서 동성애는 여전히 처벌대상이다.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해당 동영상을 미국 전문가에 맡겨 분석했으나 해상도가 낮고, 프레임이 부족해 남성 두 명 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경찰도 사설 업체에 의뢰했으나 신원 판독이 불가능했다"고 발표했다. "동영상이 실제 촬영된 것은 맞지만, 수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아무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몇 달 전에 모바일 메신저인 '왓츠앱'을 통해 남성 두 명이 침대에서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과 사진 여러 장이 유포됐다. 동영상 주인공 중 한 명은 유력 정치인 OO 장관으로 지목됐다. 얼굴이 닮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또 다른 주인공을 자처한 남성이 "OO 장관이 맞고, OO 호텔에서 자신의 동의 없이 동영상이 촬영됐다"고 공개 주장하면서 의혹에 불을 붙였다.

 

경찰은 초동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영상 속 남성의 얼굴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한 정당 지도자가 영상 배포를 주도했다고 밝혀 '정치 공작 스캔들'로 번졌다. 이 사건 보도를 보고 강 교수는 자신이 직접 말레이시아로 출장을 가서 경찰이나 검찰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포기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09)  (0) 2020.01.10
작은 운명 (108)  (0) 2020.01.10
작은 운명 (44)  (0) 2020.01.08
작은 운명 (43)  (0) 2020.01.08
작은 운명 42)  (0) 2020.01.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