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09)
강 교수는 이 기사를 보고 정말 명판결이라고 쾌재를 불렀다. 지금 시대가 얼마나 달라졌는데, 공무원이 불륜을 했다고 그것은 도덕과 윤리문제이지 법적으로 징계사유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 교수는 바쁜 와중에도 그 판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정성껏 작성해서 발송했다. 물론 자신의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본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했다.
편의상 강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정성교라고 했다. ‘성교’라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지 몰라서, 성교를 한글로 쓰지 않고, ‘聖橋’라고 썼다. ‘saint bridge'라는 의미였다.
아무튼 강 교수는 사랑과 섹스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연구심과 학구열이 높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이 강의하는 과목에 대한 연구는 할 시간이 없었고, 강의 시간에도 불필요한 잡담이나 많이 했다.
그러나 워낙 인물이 좋았고, 정치나 사회문제, 기타 학교 재단의 비리, 사회적 위선자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감 없이 했고, 벤츠 스포츠카를 뚜껑 열리는 것을 타고 다녔고, 이태리 명품 옷이나 가방, 선글래스, 시계 등을 차고 다녔기 때문에 일부 머릿속이 약간 빈 학생들 사이에서는 명 교수라고 인기가 좋았다.
특히 학교 앞에서 원룸을 얻어 남학생과 여학생이 share를 하면서 동거를 하고 지속적인 성관계를 아무 부담없이 하고 있는 학생들은 강 교수를 대부(godfather)로 불렀다.
학생들이 강 교수를 대부라고 부르는 것을 몰래 알게 된 강 교수는 그 다음부터는 영화 대부의 주인공 비토 콜레오네 역을 맡았던 영화 배우 말론 브란도의 흉내를 내고 다녔다. 그랬더니 강 교수의 인기는 천정을 뚫고 창공까지 날아갈 정도였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보고 그 대학교의 다른 교수들도 강 교수의 성공사례를 모방하여, 어떤 여교수는 마릴린 몬로, 남자 교수는 파바로티 융내를 냈지만, 기본적으로 바탕 얼굴과 체형이 뒷받침되지 못해 모두 실패했고, 학생들로부터 오히려 저질 교수라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그 교수들 모두 사실상 강 교수 때문에 빚게 된 참사로서 실질적인 피해자였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작은 운명’의 배경 (0) | 2020.01.11 |
---|---|
작은 운명 (110) (0) | 2020.01.11 |
작은 운명 (108) (0) | 2020.01.10 |
작은 운명 (107) (0) | 2020.01.10 |
작은 운명 (44) (0) | 2020.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