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1)

 

미경은 자신은 고졸이고 오빠는 좋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더군다나 나중에 대사가 될 사람인데, 어떻게 나와 결혼할 수 있느냐고 수백번을 물었다. 아니 수천번 수만번을 물었다. 그랬더니 선우는 늘 똑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남자와 여자는 학벌이 중요한 게 아냐. 사랑이 중요한 거야.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내가 고시 붙으면 너를 미국에 유학 보내 줄게.’

 

미경은 선우의 말을 듣고 정말 잘 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선우는 성욕이 매우 강한 남자였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다.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미경을 원했다. 미경이 몸살이 나거나 특별한 일이 있어서 만나지 못하면 혼자 자위를 한다고 했다. 미경은 비싼 돈을 들여서 자위기구도 사주었다.

 

미경은 미용실 일 때문에 무척 힘들고 피곤했지만, 선우가 원하면 죽을 힘을 다해서 그를 위해 몸을 바쳤다. 미경은 여자의 운명이 이런 것이라고 믿었다. 남자를 위해 여자의 몸을 희생해야 한다고 믿었다.

 

오빠. 그런데, 자꾸 이런 데 힘을 쓰면, 공부하는데 지장 있잖아?”

그렇지 않아. 남자는 이것을 제대로 안하면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공부가 되지 않는 거야. 고시 붙은 사람들, 출세한 사람들은 모두 여자 좋아하고 섹스 좋아한다고 책에도 쓰여있어. TV를 봐. 높은 공무원들은 성접대를 받고 있잖아. 부인이 있는 고위직 공무원들은 또 젊은 부하 여직원과도 하고, 재벌들은 부인 이외에 여러 명의 젊은 애인을 거느리고 있어. 남자가 성적 에너지가 없으면 출세도 못하고, 돈도 못벌어. 말단 공무원이나 돈 없는 남자가 애인 때문에 문제된 뉴스는 한번도 없었잖아?”

 

하긴 그랬다. 미경도 TV를 보니까 모두 높은 사람들만 여자와 섹스를 하다가 문제가 되고 있지, 노숙자나 기초생활수급자, 군대 일등병이 성관계로 문제된 뉴스는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때마다 미경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정말 높은 남자와 돈 많은 남자들은 정력이 세긴 센 모양이다. 그래서 많이 배우고 예쁘고 능력있는 부인을 버젓이 두고 그 보다 못한 다른 여자들과 내연의 관계를 맺거나 강제로 간음을 하거나 부하 여직원을 건드려 구속되는지를 대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경은 선우가 고시준비생이므로 어떤 대학교 책에서 보고 그런 것으로 믿고 아무 불평 없이 계속해서 선우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미경은 선우가 정력이 센 것을 보고 그렇다면 선우는 최소한 장관이나 국회의원은 할 것이라고 믿었다.

 

언젠가는 선우는 미경에게 영어로 된 책을 보여주는데, 그 책에는 여자들이 나체로 된 사진이 많이 들어있었다. 그 책은 플레이보이라는 잡지였는데, 선우는 그 책에 남자가 섹스를 잘 못하면 출세를 못하고 돈을 벌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는다는 논문이 쓰여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미경은 하는 수 없이 선우의 출세를 위해서 생리중인데도 그짓을 거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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