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
아가씨의 남자 친구가 만일 옛날 역사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서 읍참마속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 아가씨를 설득시켜 마음을 돌이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친구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지내서 아가씨가 갑자기 읍참마속이라는 어려운 문자를 쓰니까 아가씨 말대로 하지 않으면 아가씨 고향 읍에 있는 참가마 속에 남자 친구를 떠밀어넣어서 목숨을 잃게 하겠다는 뜻으로 알았다.
어렸을 때 한번 불에 다리를 데어본 아픈 경험이 있는 남자 친구는 뜨거운 불구덩이 참가마 속으로 들어가느니 아깝지만 여자 친구를 보내고 자신은 불을 좋아하지 않고 대신 물을 좋아해서 수영을 취미로 하는 다른 여자를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자는 울고 불면서 자신은 고의가 아니고 단순한 실수였다고 하면서 한번만 용서를 해주면 앞으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고, 아가씨의 행선지를 종이에 써서 기사에게 보여주고 기사가 확실히 알았다는 서명날인을 받아서 자신이 보관하고 있겠다고 다짐했으나, 아가씨는 그런 남자 친구의 모습에서 더 없는 비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가씨 생각은 ‘고의로 알고 짓는 죄보다는 자신이 죄를 짓는지도 알지 못하고 죄를 저지르는 것’이 더욱 나쁘고 피해가 크다는 지론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 아가씨는 조건이 좋았던 남자 친구와 그날로 완전히 헤어졌다고 한다.
때로는 남자와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같이 모텔에 가고, 그곳에서 서로가 무엇을 했는지도 불분명한데, 나중에 술에서 깨어난 여자가 ‘분명히 네가 술에 취한 나를 건드렸을 거야!’라고 주장하면, 남자는 억울하지만 준강간죄로 징역을 가기도 한다.
서로 술에 취했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여자로부터는 ‘성교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사 동의를 했다고 해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동의했는지 서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미경이 술에 취해 테이블에서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다가 눈을 떠보니, 갑자기 강 교수가 미경의 앞에 앉아 있었다. 강 교수는 일행들과 이야기를 한 다음 술값을 내주고 집에 가려고 하다가 혼자 있는 미경을 발견했다. 그래서 조용히 그 앞에 앉아 미경이 술에 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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