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0)

 

강 교수 옆에서 앉아서 듣고 있던 술집 마담격인 나이 든 여자가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남자라는 동물이 잘못인 거예요. 여자를 무시하고, 돈도 주지 않고 건드리려고 하니까 당하는 여자가 가만 있어요? 도대체 힘이 있다고 약한 여자를 제멋대로 만지고 농락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지지 않으려고 하니까 감방에 가는 거예요. 여자와 연애를 하거나 섹스를 하고 싶으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살살 달래서 해야지,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것은 동물이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요. 남자들은 여자를 너무 몰라요. 예를 들면 나이 60살 된 힘센 여자가 젊었을 때 프로레슬링선수였는데, 갑자기 같이 술을 마시다가 40살된 남자를 껴안고 키스를 했다고 생각해봐요. 그 남자는 얼마나 충격을 받고 성적 수치심이 땅에 떨어질 것인가? 특히 여자 사장이 젊은 부하 직원을 데리고 섹스를 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내쫓을 것처럼 겁을 주어 돈도 주지 않고 공짜로 섹스를 했다고 하면 그 남자는 자살하지 않는게 다행이지 않아요? 남자들 정신 차려야 해요.”

 

그 여자는 성교육 전문 강사를 오래 한 것처럼 보였다. 모든 말이 맞는 말이었다. 남자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강 교수와 정 교수는 부끄러워서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면서 마흔 살 쯤 되어 보이는 그 여종업원은 계속해서 두 남자에게 술을 권했다.

 

그리고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 안주를 추가로 자꾸 주문했다. 두 남자는 그 여자가 하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여자는 매상이 올라가자 강 교수의 허벅지도 주물러주고, 원하면 키스도 해줄 것처럼 밀착해서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술집 한쪽 구석에서 어떤 40대 남자가 혼자 술을 마시면서 옆에 여종업원을 앉히고 여종업원을 껴안고 있었다. 여종업원은 몹시 기분이 나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자는 얼굴이 험상궃게 생겨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었다.

 

“저 남자는 누구예요?”

“아! 저 손님은 이 지역에서 옛날에 활동하던 조직폭력배 두목이예요. 지금은 건달세계에서 손을 떼고 일식당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술집에 수시로 와서 술을 마시면서 행패를 부리고 술값은 원가만 주고 있어요. 원가는 예를 들면, 맥주 한병에 우리 술집에서 4천원 받으면, 저 손님은 맥주 소매가를 감안해서 한병에 천3백원으로 계산해줘요. 처음에는 우리가 부당하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랬더니 그 사람은 우리 요구대로 4천원으로 계산해주면서 자기 팔을 걷어서 커트칼로 5센치 정도 그어서 피를 흘린 다음 그 피를 소주잔에 받아서 들이마시고 나가더라고요. 그런 일이 있은 다음 우리는 절대로 저분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잘못하면 주인이나 종업원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게 술집 생리예요.” 

  

“아니! 술집에서 원가로 술을 먹으면 술집은 망하잖아?” “저 분은 자신이 일식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식에서는 술집과 달리 원가가 많이 들어간다는 거예요. 마진이 30%도 안 된다는 거예요. 직원들 인건비, 월세, 전기요금, 쓰레기 종량제 봉투 비용, 전염병 돌 때 마스크 비용 등을 다 공제하면 마진이 10%도 안 되는데, 왜 술집에서는 맥주 천원짜리를 5천원 받고, 안주도 노가리와 땅콩, 쥐포 등을 재래시장 가서 도매로 사오면 몇푼 된다고 한 접시에 만원 이상 받느냐는 거예요. 이런 부당한 폭리는 고리대금업자도 하지 않는다면서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계산능력이 전무한 남자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무거운 범죄행위이며, 사회 정의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은 비록 생명에 위험이 닥친다해도 정의를 실천하다가 죽고 싶다는 거예요.”

 

강 교수와 정 교수는 그 말을 들으니까 무시무시했다.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고함소리가 나고 술병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해병대 출신 같은 나이 든 남자 두 사람이 해병대전우회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깡패 같은 남자와 싸우고 있었다.

 

해병대 출신 남자들은 나이가 60살도 훨씬 넘어보였다. 술집 종업원들이 말려도 소용 없었다. 한 사람이 주방에서 칼을 들고 나와 손에 들고 그 깡패 같은 남자를 향해 경고를 했다. 그러자 그 깡패 같은 남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었다.

 

“이 나쁜 놈! 빨리 이 술집에서 나가 꺼져. 두 번 다시는 이 술집에 나타나지 마. 우리가 매일 이곳에 와서 네 놈이 오는지 확인할 테니까!” “예. 알았습니다. 선배님들 말씀 꼭 지키겠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싸움을 끝나고 그 건달은 술집을 나갔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술집 사장이 전화를 받고 나타났다.

 

자초지종을 들은 술집 주인은 그 해병대 출신 두 사람에게 가서, “사장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저 사람 때문에 그동안 고통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 사장님들 술값은 제가 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 오시면 술값을 무조건 50%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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