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7)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마침내 판결을 선고하는 날자가 정해졌다. 결심을 한 날로부터 3주 후에 선고기일이 잡힌 것이었다.

 

홍 교수는 변호사가 잘 하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낙관도 하면서도 잘못하면 징역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밤에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에서 구속되어 수갑을 차고 곧 바로 구치소로 들어가는 생각이 수시로 홍 교수를 짓눌렀다.

 

홍 교수는 수시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 “변호사님!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너무 불안합니다. 변호사님께서 재판을 해보신 경험에 비추어 무죄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세요.”

 

“글쎄요. 제가 볼 때에는 무죄 같은데, 피해자 여학생이 너무 분명하고 또렷하게 판사 앞에서 증언을 했기 때문에 걱정이예요.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힘들어도 참고 기다려보세요.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설사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초범이고, 대학 교수의 신분인데다가 범죄사실 자체가 크게 중하지 않기 때문에 실형은 나오지 않을 거예요.”

 

변호사 말을 들어보면 또 잠시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요새 사회 분위기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없어도, 성범죄의 경우에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충분히 유죄가 나올 수 있고, 잘못하면 실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법을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달랐다. 강 교수는 가급적 홍 교수를 위로해주고 안심시켜주려고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강간도 아니고, 단순한 성추행 가지고 징역을 가겠어? 그리고 단순히 피해자의 말밖에 없는 사건인데.”

 

홍 교수는 재판이 끝나고 3주 동안 정말 지옥을 경험했다. 마침내 판결 선고일이 다가왔다. 강 교수도 같이 법정에 갔다. 선고를 받고 같이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실 계획이었다. 두 사람은 법정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판사 한 사람이 들어와서 앉았다. 홍 교수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홍 교수는 판사 앞에서 섰다. 홍 교수의 이름을 확인하더니,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더니 곧 바로 홍 교수는 그 자리에서 교도관에게 인계되었다.

 

강 교수는 놀랐다. 홍 교수와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 강 교수는 이른바 법정구속이 된 것이었다. 홍 교수의 판결선고를 보러 왔던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실형이 선고되자 탄성이 터졌다. “아주 잘 되었다. 정의가 살았다.”

 

홍 교수는 아무 준비도 없이 구치소로 수감되면 신체검사를 받고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홍 교수는 구치소로 가서 재소자 옷으로 갈아입고 저녁 식사를 한 다음 배정된 감방으로 들어갔다. 강 교수는 사람의 운명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판사의 말 한 마디로 저녁에 술을 마시려고 했던 인간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고, 그 대신 차가운 감방에서 관식을 먹고 짐승처럼 자유는 박탈된 채 신음하면서 고생을 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파면될 것이고,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땅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홍 교수의 가족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고, 그 자녀들은 또 성범죄자 아버지를 둔 멍에를 평생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윤경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분명히 성추행을 당했는데 교수라는 사람이 끝내 범행을 부인하면서 거꾸로 윤경을 파렴치한 여학생으로 몰았던 사실에 대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고, 윤경의 명예가 회복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했다. 하마터라면 새로 만난 남자 친구로부터 오해를 받고 그 친구를 놓칠 뻔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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