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9)
홍 교수가 실형을 받고 구치소로 들어가자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토록 잘 나가던 홍 교수가 그렇게 나쁜 위선자였다는 식으로 매도가 되고 있었다. 남자 교수들은 이제 여학생에게 강의시간에도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여학생과 단 둘이 있는 시간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다. 교수실로 여학생이 상담을 하러 와도 문을 열어놓고 상담을 했다. 강의 시간에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홍 교수는 1심 판결에 대해 자신은 절대로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방법원 항소심재판부에 항소를 했다. 강 교수가 면회를 가면 홍 교수는 억울해서 죽고 싶다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강 교수는 정말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홍 교수 말을 들어보면 절대로 성추행을 한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피해자라고 하는 여학생은 무엇 때문에 아무 죄도 없는 홍 교수를 상대로 고소를 하고 끝까지 성추행을 당했다고 펄펄 뛰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사건 수사와 재판을 맡았던 경찰관과 검사, 판사는 그런 사건에서 엉터리로 결론을 내렸다는 말인가? 강 교수는 홍 교수에게 거짓말탐지기에 의한 조사는 받았느냐고 물어보았다.
홍 교수는 자신과 그 여학생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달라고 경찰관과 검사에게 요청을 했으나 묵살당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지 않았을까?’
강 교수는 여러 가지로 심정이 착잡했다. 홍 교수와 가까운 다른 정 교수를 만나 술을 마시러 술집으로 갔다. 술집에는 손님들이 많았다. 여자 종업원은 아주 짧은 치마를 입고 서빙을 하고 있었다. 강 교수는 정 교수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많이 마셨다.
총선을 몇 달 남겨놓지 않아서 정치권 이야기가 주된 이슈였다. 강 교수는 여당 성향이었고, 정 교수는 야당 성향이었다. 정 교수는 현 집권당이 너무 정치를 잘못해서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망해야 한다고 과격한 발언을 하고 있었다.
강 교수는 과거 정권에 비하면 지금 현 정부는 그보다 100배 잘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반박을 했다. 자칫 잘못하면 싸움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제 정치 이야기는 그만 하자. 우리가 정치인도 아닌데, 공연히 열을 올려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강 교수가 말을 돌렸다.
“그러자. 맞아. 그런데 홍 교수는 너무 억울한 것 같은데,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글쎄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도록 도와주자. 우리가 변호사를 만나서 상세하게 설명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데 요새 우리 사회가 me too 운동이 일어난 다음부터 너무 법원이나 검찰에서 여자 피해자 말만 믿고 성범죄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때리는 것 같아 걱정이야. 게다가 대법원에서 성인지감수성인가 하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용어를 도입해서 남자들이 하는 억울하다는 호소는 그냥 묵살해버리는 것처럼 생각돼.”
“무서운 세상이 되었어. 아무튼 밖에 나오면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는 쳐다보지도 말고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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