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6)

 

미경은 강 교수를 사랑하고, 강 교수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너무 행복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는 모두 잊혀졌다. 한때 미경 자신이 사랑하고 몸을 주었던 남자들은 이제 이름 조차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 남자들은 일시적으로 같이 외국 여행을 다녀온 것에 불과한 존재였다.

 

처음 가보는 낯선 외국으로 두 사람이 한달 간 여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헤어져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경험으로 생각되었다. 그 사람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기억도 소멸한 것은 결국 그 사람과의 사랑이나 애정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똑 같았다.

 

한편 강 교수의 동료 교수 문제로 한동안 바빴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고등학교 친구인 홍 봄근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여자의 신체를 만짐으로써 강제추행했다는 내용으로 고소를 당했다. 봄근이 윤경이라는 여학생과 단 둘이 식사도 하고, 차를 태워주면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윤경의 허리를 껴안기도 하고, 짦은 치마를 입은 상태의 윤경의 허벅지를 만지기도 했다는 고소사실이었다.

 

노래방에 가서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윤경과 불루스를 치면서 가슴을 밀착시키고, 엉덩이를 세게 만졌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윤경의 남자 친구가 문제를 제기해서 중요한 학내문제로 비화되었다.

 

학교에서 즉각적인 조사나 징계절차를 취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자, 학생회에서 본격적으로 봄근의 성추행사실을 거론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윤경은 경찰서에 형사고소장을 제출했다. 홍봄근 교수는 학교측에 자신은 절대로 성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거꾸로 홍 교수는 윤경이라는 여학생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여 잘 보임으로써 학점을 잘 받으려고 했던 것인데, 홍 교수가 학점을 원칙대로 하자 앙심을 품고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추행은 절대 하지 않았고, 다만 윤경과 같이 식사도 하고, 차도 같이 탔던 사실 및 불루스를 쳤던 사실은 인정하고 있었다.

 

강 교수는 홍 교수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 사건에 관하여 같이 여러 차례 상의를 했다. 홍 교수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자신은 절대로 그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변호사도 선임했다. 변호사도 홍 교수의 말을 믿고 무죄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에서는 아무리 홍 교수가 억울하다고 하면서 무혐의를 주장해도 끝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홍 교수는 재판을 받으면서 강 교수에게 죽고 싶다고 했다. 자살함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밟히고 싶다는 것이었다.

 

강 교수는 홍 교수가 혹시 극단적 선택을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자주 만나서 용기를 가지라고 위로도 해주고, 같이 술도 마셨다. 사회에서는 대학 교수가 제자인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것 때문에 홍 교수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여론이 높았다.

 

1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으러 다니면서 홍 교수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다. 강 교수는 홍 교수에게 아무리 무죄를 다투어봤자 현실적으로 무죄를 받기 어려우면, 피해자와 합의를 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것이 어떠냐고 어드바이스했다.

 

홍 교수는 그 말을 듣고 피해자와 합의를 하려고 했으나, 피해자는 돈을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는 진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강 교수는 옆에서 홍 교수를 볼 때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남자는 정말 여자를 돌같이 보고 생활해야지, 조금이라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해서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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