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
강 교수는 당분간은 어디 가서 성관계를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선고받았다. 강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반성하지는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누가 강 교수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교회는 빼놓지 않고 다니고 있었지만, 목사님 설교에 강 교수를 특정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개별적인 방향이나 방안을 제시해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강 교수가 개인적으로 성경책을 펴놓고 아무리 열심히 찾아보아도, 지금 살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밝혀주는 부분은 없었다.
단지 구약에, ‘간음하지 마라. 이웃집 아내를 탐내지 마라.’로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현대 사회에서 성이 개방되고, 간통죄도 없어진 마당에 모두들 프리섹스를 하고 있는데, 강 교수만 신부님처럼 산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해 보였다.
신약에서는, ‘마음으로도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정언명령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간음한 불쌍한 여자를 앞에 놓고, 무지한 사람들에게,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강 교수는 자신은 육신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이므로 천사와 악마의 중간적 존재라고 믿었다. 그래서 살아있는 한, 몸에서 피가 흐르고 가슴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성욕을 무조건 억제하는 건 자연의 섭리에 반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의 태도에 대한 자신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끔 TV에서 유명 인사들이 여자문제로 망신을 당하고 추락하고, 감방 가는 것을 보게 되면, ‘그들은 나쁜 게 아니라, 어리석다. 여자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성적으로 이용만 하려는 이기적이고 동물적인 사람이므로 징역 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강 교수는 ‘여자 없는 무인도’로 이주하기로 결심해야 했다. 그런 자신이 너무 억울하고 한심했다. 그런데도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한편 미경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자신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살았다. 비록 첫단추는 잘못 끼어졌기 때문에 결혼도 실패했다. 그후 몇 사람의 남자를 만나서 사랑을 나누었지만, 남자복이 없어서 그런지 모두 다 건달이었고, 무책임한 방랑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경 자신은 정말 괜찮은 남자가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다. ‘제대로 된 남자! 제대로 배우고, 남자답고, 여자를 배려하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언젠가는 미경의 앞에 나타나 진정으로 미경의 진수를 알아보고, 영원한 사랑을 해줄 것으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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