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

 

국홍은 술을 많이 마셔 완전히 취한 상태였고, 머리에서는 피가 나고, 여자도 몹시 화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린 상태에서 내복만 벗기고, 국홍도 바지만 벗고 일을 치뤘다. 여자의 안에 그것을 쏟았다. 모든 행위는 5분만에 다 이루어졌다.

 

여자는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국홍이 일을 마치고 바지를 입고 일어섰는데도 여자는 그냥 쇼파에 누워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매우 동물적인 모습이었다.

 

국홍이 어렸을 때 시골 길에서 숫캐가 암캐와 붙어서 교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매우 더럽다는 생각을 했다. 개는 서로 반대방향을 보면서 붙어서 교미를 오래 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몽둥이로 쫓아버리면 개 두 마리는 갑자기 분리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었다.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이 그와 똑같았다. 국홍은 여전히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수습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고 무척 후회스러웠다. 국홍은 여자를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여자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미안해요. 술에 취해 실수를 했어요. 용서해줘요.” 여자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보상을 해줄게요. 100만원을 줄게요. 내일 현금을 줄테니까 모든 것을 잊고, 저녁에 출근해요.”

 

여자는 자신이 소주병으로 국홍의 머리를 때려서 피가 나게 했고, 또 국홍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한 것이었으며,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고, 또한 돈을 100만원 주겠다고 하니까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그렇다고 곧 바로 알았다고 할 입장도 아니었다.

 

국홍은 여자가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쿵, 쿵, 쿵’ 갑자기 술집 출입문을 누군가 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술집 안에서 문을 잠궈놓고 있었는데, 불을 완전히 끈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밖에서 볼 때 아직 술집 내부에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누구일까? 이런 늦은 시간에.” 국홍은 서둘러 옷을 입고, 아가씨에게는 주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국홍은 얼굴에 피가 묻은 것을 대충 씻고 문을 열어주었다. 여자의 남자 친구였다.

 

그 남자는 아가씨가 ‘외로운 작은 새’ 술집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아가씨가 퇴근한 후 전화를 하기로 했는데,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아무리 아가씨에게 전화를 해도,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자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술집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그 남자는 술집에서 여자 친구가 아르바이를 하니까 혹시 늦게까지 손님들에게 붙잡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일을 마치고, 다른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궁금해서 혹시나 싶어 술집까지 찾아왔던 것이었다.

 

“여기 아르바이트 나온 여자 퇴근했나요?” 국홍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예. 일 마치고, 벌써 퇴근했는데요. 누구시지요?” “예. 저는 그냥 아는 사람이예요. 알았습니다. 돌아갈게요.” 남자 친구는 술집 안에 여자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국홍은 여자에게 어떤 남자가 아가씨를 찾으러 왔다가 돌아갔다고 하면서 우리도 이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갈 때 택시비나 하라고, 국홍은 가지고 있는 돈 20만원을 아가씨에게 주었다.

 

아가씨를 먼저 보내고 국홍은 쇼파에 앉아 술을 더 마셨다. 순간적인 욕정을 참지 못하고, 성관계를 했지만, 그것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여자를 강압적으로 제압하고 더러운 환경에서 샤워도 하지 않고 짧은 시간 관계를 한 것은 정말 술에 취해서 그런지 국홍 자신이 실제로 여자와 성행위를 했는지 조차 명확하게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떤 성감을 느꼈고, 쾌감을 느꼈는지, 관계를 할 때 여자의 반응이 어땠는지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국홍은 결혼을 늦게 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 여자 친구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연애를 하기는 했지만, 어려웠던 시절에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아주 드물었다. 국홍은 혼자 등산을 많이 했다. 배낭에 먹을 것과 음료수, 그리고 술을 담아가지고 세시간 정도 산행을 했다.

 

산에 올라갈 때 가끔 몸매가 좋고 멋있는 여자들끼리 등산하는 것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뒤에서 볼 때 아주 섹시한 여자가 있으면, 국홍은 일부러 천천히 그 여자들 뒤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올라간다. 그러면서 여자의 히프를 감상하면서 올라간다.

 

그럴 때에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여자의 히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그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을 상상한다. 여자들은 뒤에서 성에 굶주린 늑대 같은 남자가 자신의 히프를 계속 보면서 뒤따라온다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힘든 고행길을 오르고 있다.

 

국홍은 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더 이상은 그 여자들의 뒤를 쫓지 않는다. 산에서 내려올 때 위에서 여자의 히프를 보는 것은 또 이상하게 별로 섹시해보이지 않았다. 서로가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고, 한눈을 팔다가는 발을 잘못 디뎌서 다칠 위험도 있어서였다.

 

땀을 많이 흘리고, 국홍이 정상에서 쉬기 위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고 눕는다. 풀밭에 누워 있으면 술김에 올라올 때 계속 보고 욕정을 느꼈던 그 여자의 히프가 떠오른다. 아주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면 국홍은 혼자서 자위를 했다. 그 여자를 상상하면서, 그 여자 속으로 들어가서 행위를 하는 것과 똑같이 일을 치뤘다. 그리고 무척 행복해했다.

 

그런데 지금 국홍은 그렇게 혼자 할 때보다도 훨씬 무슨 일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홍이 방금 전에 그 아가씨와 했던 육체적인 움직임, 행위, 사정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진다는 말인가? 국홍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러면서 그 아가씨의 생각, 인식, 강제된 성관계에서 받은 감정, 느낌,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아가씨가 계속해서 자신의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할 것인지, 돈 100만원만 받고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인지도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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