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2)

 

국홍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상태에서 경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죄명은 강간죄였다. 검사는 곧 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서는 그 다음 날 오전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했다. 국홍은 변호사와 함께 법정으로 들어갔다.

 

영장을 담당하는 판사는 여자 판사였다. “피의자는 피해자가 싫다고 거부하는데도 물리력을 행사하여 간음한 사실이 있지요?” “아닙니다. 피해자는 전혀 반항하지 않고, 제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판사는 국홍이 하는 말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국홍의 변호사가 변론을 했다. “이 사건은 강간이 절대로 아닙니다. 같이 술을 마시다가 피의자가 피해자의 몸을 만지니까 피해자는 가만히 있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관계까지 이르렀던 것입니다. 그리고 피의자는 피해자에게 20만원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성관계는 아무 일없이 끝났고, 피해자가 술집에서 퇴근했는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갑자기 술집 사장이 강제로 한 것이라고 난리를 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고, 피해자는 남자 친구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술집 사장이 강제로 한 것이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것입니다.”

 

변호사는 이 사건이 강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는 고아입니다. 고아로서 외롭게 자라서 지금 열심히 결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부인도 고아입니다. 술집을 하고 있어 어디로 도망갈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피해자가 진술을 다해놓았기 때문에 증거인멸할 우려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피의자가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변호사가 국홍 부부가 모두 고아원 출신이라고 설명하자, 여자 판사는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판사는 국홍에게 물었다. “피해자와 합의는 할 것인가요?” “예. 물론 빠른 시일에 피해자와 합의를 하겠습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국홍은 다시 경찰서로 돌아갔다. 경찰서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법정에까지 따라 들어와서 영장심사를 지켜보던 복자는 밖으로 나오는 변호사를 붙잡고 물었다.

 

“변호사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글쎄요. 강간죄는 워낙 죄가 무거워서 보통은 구속되는 것인데, 판사님이 아까 고아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남편분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잘 하면 불구속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집에 가서 기다리고 계세요.”

 

“아빠가 강간을 한 건 맞나요? 아빠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무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정말 너무 억울해요. 변호사님이 꼭 구속되지 않게 막아주세요.”

 

“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될 거예요. 그리고 법원에서 웬만한 판사들은 다 나를 잘 알아요.”

 

변호사는 자신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었다. 복자는 변호사와 헤어져서 집으로 왔다. 거실에 놓여있는 부부가 같이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다정해 보였다. 너무 사랑하는 눈빛이었다.

 

‘저런 착한 사람이 다른 여자를 강간할 리가 없어. 내가 있는데 왜 다른 여자를 강간해!’ 그리고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니까 억울하게 조사를 받고 있는 것 같고, 판사가 국홍을 불쌍하게 보았기 때문에 오늘 중으로 풀려날 것으로 믿었다.

 

그러면서 성경을 펴놓고 울면서 기도했다. 아주 간절하게 하나님께 기도했다. “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의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오늘 아빠가 악인의 함정에 빠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나님, 아빠의 억울함을 밝혀주시고, 시험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오늘 꼭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복자가 지금 의지할 곳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하나님뿐이었다. 기도를 마치자 아빠가 풀려날 것이라는 확신이 서고, 마음이 약간 풀렸다.

 

한편 스텔라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갔다. 스텔라 역시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스텔라는 술집에서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었지만,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술집 사장이 강제로 간음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평소 그 술집 사장이 고아로서 열심히 살고 있고, 평소에는 술도 잘 마시지 않고, 여종업원들을 집적거리지도 않고 매너가 깨끗하다는 말을 친구에게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텔라가 먼저 소주병으로 국홍의 머리를 쳐서 피가 나왔고, 나중에 국홍이 잘못했다고 빌면서 돈을 100만원 주겠다고 한 것에서 마음이 누그러졌던 것이다.

 

그런데 스텔라의 남자 친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성관계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성을 잃고 흥분해서 난리를 쳤기 때문에 강간을 당했다고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었다. 스텔라의 애인 엄정확은 다시 스텔라를 만나서, “왜 강간을 당했느냐? 네가 헤프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술집 사장을 구속시켜 합의금을 받아내자.”고 다그쳤다. 스텔라는 이런 정확의 태도가 싫었다. 무슨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았는데, 돈을 뜯어내라고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텔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스텔라는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오기만을 뼈가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초조했다. 불안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는 전화 벨소리만 나도 가슴이 가라앉았다. 저녁 7시가 넘어서 마침내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모님! 영장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구속적부심에서 빼낼게요. 며칠만 기다리세요.” 복자는 갑자기 심장이 멎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징역을 사는 거예요?” 변호사는 그냥 기다리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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