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3)

 

복자는 미칠 것만 같았다. 술집은 문을 닫아놓고, 복자는 매일 면회를 다녔다. 면회를 가면 국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안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실 국홍은 술집에서 스텔라와 그짓을 했다는 것이 당시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짧은 순간에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스텔라의 치마는 걷어올리고 팬티를 국홍이 벗겼는지, 아니면 스텔라가 자진애서 벗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사정을 한 사실도 명확하지 않았다.

 

스텔라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스텔라도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행위나 행동에 대해 잘 분별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원래 술에 취하면 사람들의 행동은 대체로 그렇다.

 

복자는 화가 무척 나기도 했지만, 평소 국홍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측은하고 불쌍했다. ‘지금 저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들까?

 

구속되어 있는 것 자체가 그렇게 힘이 들테도, 또한 술집도 문을 닫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얼마나 힘이 들고, 죽고 싶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복자는 더 이상 국홍을 힘들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사건에 대해 상담을 하고, 진행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나이 든 변호사는 복자를 직접 만나주지 않았다. 사무장이라는 사람이 복자를 만나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말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변호사님이 판사와 검사와 아주 친해요. 틀림없이 빼낼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세요.“ ”우리 아빠는 언제나 나올 수 있어요? 미치겠어요.“

 

글쎄요. 워낙 강간죄가 무거운 범죄라서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 변호사님이 형사전문변호사이고 사람 석방시키는데 탁월한 실력이 있어서 곧 나올 거예요.“

 

모든 게 엉터리였다. 강간죄를 어떻게 빼낼 수 있을까?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때 참석해서 몇 마디 한 것 이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사무장은 더욱 내용도 잘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허한 말만 무책임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국홍에 대한 접견도 가지 않고 있었다. 구속적부심으로 빼낸다고 큰소리쳐놓고, 변호사는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았다. 복자는 구속적부심이 무엇인지 용어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국홍은 검사가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복자에게 잘못하면 징역을 많이 살 위험성이 있으니, 빨리 피해자와 합의해 오라고 했다. 복자는 스텔라를 만났다. 복자에게 사정을 했다.

 

복자는 약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복자는 남자 친구인 정확을 만났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잘 되었어. 합의금으로 3천만원을 받아. 마침 내가 지금 당장 3천만원이 필요한 상태야. 그 합의금을 받아서 나를 한달만 빌려줘. 한달 후에 내가 이자를 붙여서 4천만원을 줄테니까.“

 

한 동안은 정확은 스텔라가 강간이든, 화간이든, 자신과 성관계를 계속 하다가 다른 놈과 붙어먹었다고 연락을 끊고 있었다. 스텔라가 전화를 해도 시쿤둥했다. ”그 사람들이 3천만원을 줄 것 같지는 않아. 술집 사장도 고아출신이고, 그 부인도 같은 고아원 출신이래.“

 

스텔라야. 그건 그렇지 않아. 요새 법이 엄해져서 강간죄는 무조건 징역을 몇 년 사는 거야. 그 사람들 비록 고아출신이지만, 술집을 잘 하고 있잖아? 징역을 3년 산다고 해봐. 36개월인데, 한달에 3백만원만 잡아도 36개월이면 18백만원이야. 벌금 못내면, 하루에 벌금 10만원씩 계산해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어야 돼. 그런데 장사하는 사람이 징역을 3년간 살겠어? 하루에 10만원씩 계산하면 최하 18백만원인데, 우리가 크게 깎아줘서 3천만원만 부르면 내 생각에는 그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이체할 거야. 두고 봐.”

 

하지만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술 취해서 잠깐 한 건데, 그리고 내가 처녀도 아니고, 그리고 내가 술병으로 이마를 까서 피가 많이 났어요. 그냥 5백만원만 받고 합의할까봐.”


아니, 지금 미쳤어? 이왕 당한 거, 단단히 배상을 받아야 해. 그래야 그 사람도 두 번 다시 강간을 안 할 거야. 그리고 지금 뭐라고 그랬어? 네가 처녀 아니어서 이놈 저놈이 위에 올라와서 해도 좋다는 말이야?” 정확은 갑자기 스텔라의 뺨을 때렸다. 스텔라는 화가 나서 곧 바로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12시에 정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화를 내서. 미안해, 그건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화를 풀어. 그런데 빨리 합의금을 받아서 나를 빌려줘. 사실은 내가 급한 일이 생겼어. 나를 도와줘.” “무슨 일이 생겼어?” “응 사실은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n번방 텔레그램사건에 내가 연루되었어. 경찰에서 나에게 출석하라는 연락이 왔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해.”

 

그게 무슨 일인데? 그리고 변호사 비용이 얼마인데?” “내 사건은 설명해도 너는 알 수 없어. 그리고 나는 억울하게 엮여서 잘못하면 구속될 수 있어. 그런데 최근에 개업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틀림없이 나를 불구속해줄 자신이 있대. 변호사 비용은 전과예우 때문에 착수금으로 33백만원이 필요하대. 그러니까 스텔라가 나를 살려주는 셈 치고, 빨리 합의금 받아서 빌려줘. 사랑해.”

 

몹시 다급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애원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스텔라는 세상을 잘 아는 여자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n번방 텔레그램 사건이 뭐야?” “, 너는 그것도 모르고 있어. 그건 인터넷으로 텔레그램이란 이상한 사이트를 이용해서 어린 여자의 얼굴 나오는 나체사진을 올려놓고 돈을 내고 가입한 유료회원들에게 동영상을 보내주는 아주 악질적인 인간 말종들이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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