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5)

 

TV를 보니 검찰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를 설치해서 <소녀방>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었다. 이번에 검거된, <소녀방> 운영자 ‘정털보’를 매일 소환하여 텔레그램 <소녀방>의 운영 체계와 공범들과의 공모 내용 등을 광범위하게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착취 영상을 찍은 공범과 ‘정털보’에게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한 공범도 검거되었다.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소녀방>에서 운영자, ‘정털보’는 왕이었다. 운영자들 돕는 공범들은 부하였고, 피해 여성들은 성적 노예신분이었다.

 

'정털보‘는 공범들과 SNS나 채팅 앱을 통해 여성들에게 고수익 아르바이트, 모델 제의 등의 메시지로 접근한 뒤 나체 사진을 받아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여성들의 약점을 잡아낸 ’털보‘는 지속적으로 음란물을 찍도록 강요했다.

 

협박을 해서 제작된 성착취 동영상은 음란물 공유방 텔레그램 회원들에게 가상화폐나 문화상품권으로 거래됐고, 회원들은 공동으로 피해자를 농락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여성들에 대한 성착취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했던 초기 범인들은 SNS의 일탈계 게시물을 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에게 접근한 뒤 신상을 해킹해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성 착취 영상을 요구했다.

 

스텔라의 애인 엄정확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일단 핸드폰을 하수도에 던져 폐기처분했다. 핸드폰이 증거로 사용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친구 명의로 핸드폰을 새로 개설했다. 그리고 평소 사용하던 은행계좌도 해지했다. 증거를 없앨만큼 없애놓고 친구 원룸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검거되었다.

 

정확은 <소녀방> 운영자인 ‘정털보’를 도와서 어린 미성년자를 유인해서 동영상을 찍게 하는 일을 담당했다. 초기에는 정확도 단순한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서 성착취 동영상을 보고 즐기는 것만 했다가, 점점 열심히 하다 보니, 운영자인 ‘정털보’의 마음에 들어 발탁되었던 것이다.

 

정확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스텔라는 면회를 가서 정확을 만났다. “스텔라야! 너 때문에 내가 구속되었어. 그때 내가 빨리 강간한 놈과 합의해서 합의금을 받아 나에게 꿔주라고 했을 때 말을 들었으면, 내가 변호사를 선임해서 불구속이 되었을 텐데, 네가 내 말을 듣지 않고, 합의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싼 변호사 선임했다가 이렇게 구속이 되었어. 지금이라도 빨리 합의금 3천만원, 아니 천만원이라도 받아 와. 그러면 힘센 변호사가 보석으로 빼준다고 그래. 나를 도와 줘.”

 

스텔라는 정확의 눈빛을 보았다. 너무 무서웠다. 그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악마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난 후, 또 다시 입맛을 다지는 그런 눈빛이었다. 살기로 가득 충만해 있었다. 그래서 스텔라는 거짓말을 했다.

 

“오빠, 나도 오빠 말을 듣고, 그 사장 부인을 만났어. 그런데 그 부인은 자기 남편은 절대로 나를 강간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자기 남편을 술을 먹이고 꼬셔서 성관계를 하고, 돈을 20만원 받았다고 하면서, 어떻게 고아 출신인 남편을 그렇게 악랄하게 강간범으로 몰았는지 절대로 가만 두지 않겠다고 펄펄 뛰었어. 그래서 무서워서 합의금 달라는 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지 못했어. 그리고 그 부인은 오빠가 자기 남편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 그 부분도 끝까지 법으로 문제 삼겠다고 했어.”

 

“그렇다면, 스텔라 네가 그 사장과 한 것이 강간이 아니고, 네가 좋아서 했던 거란 말이지? 그러면 그렇지, 그 사장이 미쳤다고 네가 아르바이트 나간 첫날 바로 강간을 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날 밖에 나오는 너를 볼 때, 그것은 절대로 강간 당한 여자가 아니었어. 신나서 그놈과 즐기고 나온 거였는데, 내가 그때 난리를 치니까 네가 거짓말을 한 거지. 나는 너의 거짓말에 속아서 그놈과 싸움을 한 거고. 알았어. 너 같이 더러운 여자는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두 번 다시 나타나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사실 나도 너처럼 뚱뚱하고 재미 없는 여자하고 성관계를 한 것을 무척 후회하고 있었어. 그래도 네가 나를 따르고, 나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마지 못해 만나주었던 것인데, 이제는 모든 것을 알고 나니까,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어. 다만, 지금 내 형편이 어려우니까, 모레까지 여기 구치소 사식비나 30만원 넣어줘. 내가 나가면 그건 곧 바로 갚을테니까.”

 

스텔라는 정확이 이렇게 순순히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더 이상 강간사건에서 합의금을 받아오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너무 고마웠다. “알았어. 오빠 미안해. 그때는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실수를 한 거야. 그동안 오빠 많이 사랑했어. 더 이상 오빠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게. 그리고 돈은 없지만, 내가 어디에서 빌려서라도 내일까지 영치금 30만원을 넣어줄게. 몸조심하고 빨리 나오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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