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던 자리>

 

 

그림자만 스쳐 지나갔다

빈 공간에는 아무도 없었다

봄날은 벌써 왔는데

네가 있던 자리에는

꽃도 피지 않았다

 

사랑은 사랑으로 머물고

함박눈은 눈꽃으로 정지하고

빗물은 눈물이 되어야 한다

 

꽃이 핀다고 잊혀지는 건 아냐

꽃이 진다고 사라지는 건 아냐

너는 그대로 있어

나도 그대로 있고

꽃은 언제나 꽃이고

낙엽은 언제나 낙엽인 거야

 

낯선 침묵이 흐르고

철새가 어디론가 떠나면

남겨진 존재는

차가운 모닥불 앞에서

작은 신음소리를 낸다

 

# Rodrigo Aranjuez <Played by: Pablo Sainz Villegas>

이 노래를 들으면서 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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