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 3>

 

 

해질 무렵 홀로 들판에 선다

한낮의 고독이 소음과 같이 매몰된다

너 역시 사라지고

남는 것은 도시의 어두움뿐이다

 

봄날은 목련을 따라 와서

벚꽃을 눈처럼 날리고 있다

떨어진 꽃잎 가운데서

실종된 사랑의 언어를 찾고 있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밤

우리는 작은 동굴 안에서

서로를 껴안고 울었다

무의미가 망각의 강을 건너고

허망함이 풀밭에서 뒹굴 때

서러움이 북받쳐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다시 새벽이 부활처럼 찾아오면

차가운 사랑의 실루엣을 더듬고

낯선 미소마저 침묵을 지킨다

그곳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빛바랜 언약이 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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