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동행>
너에게 가는 길은 험했어
낭떠러지에 고고하게 핀 한송이 꽃
어렵게 다가갔어
꺾으려고 했던 건 아냐
그냥 가까이 가서
향기를 맡고
가지에 매달리려고 했던 것뿐이야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침묵은 계속되고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쳤어
밧줄은 끊어지고
나는 한없이 한없이 추락했어
다시 너의 미소를 찾아나섰어
너는 보이지 않아
너의 부재는 곧 시간의 정지였어
모든 것이 멈춘 상태에서
우리의 기억은 빙점 아래로
끝없이 가라앉았어
그래도 음악은 멈추지 않아
차가운 포옹은 싫어
의미 없는 동행도 거부한 채
밤새 쌓아올린 사랑의 탑은
스스로 무너져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