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을 보며>
그땐 왜 그랬는지 몰라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났어
네가 가슴속에 들어왔기 때문이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
오직 너의 미소만 보였어
가을이 깊어갈 때
우리는 끝없이 걸었어
눈을 감고 비틀거리면서
강변을 따라 걸었어
바다와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밤새 울었어
이룰 수 없었던 건 아냐
넘을 수 없었던 것도 아니었어
껴안을 힘이 없었어
거센 파도 앞에서
한없이 초라했던 나
작은 배는 침몰하고 말았어
다시 4월이 왔어
너는 라일락으로 다가올 거야
처연하게 피어난 꽃잎으로
사랑이 실종된 공간을 채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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