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징역을 사는 사람들

 

홍억울(48, 가명) 사장 자신의 재판에서는 완전히 졌다. 검사가 구형을 36개월 했는데, 판사는 고작 6개월만 깎아주고, 3년이라는 무거운 실형(實刑)을 선고했다. 홍 사장은 선고를 받으러 가는 날, 아침에 담당 변호사에게 전화로 물어보았다.

 

판결 선고가 어떻게 날 것 같아요? 변호사님!”

글쎄요. 제 경험으로 봐서는 징역 1년 정도 실형이 떨어질 가능성이 20%, 집행유예를 받아 구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80%라고 봐요. 너무 걱정 마세요. 판결 선고 잘 받고 오세요.”

변호사님, 저 혼자 가는 거예요?”

물론이지요. 오늘은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판사가 혼자 나와서 피고인에게 판결만 선고하는 거예요. 판결 선고 때에는 검사도 없고, 변호사도 참석하지 않아요. 재판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때만 해도 홍 사장은 고시공부는 했지만 실무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변호사만 무조건 믿고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유명한 역학자가 홍 사장은 사주팔자 관상에 관재수가 1%도 없다는 말을 한 것을 철저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검사가 징역 36개월을 구형했을 때도 장난인 것으로 알았다. 검사는 고소인이나 피해자 편을 들기로 작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형식적으로 그러는 것으로 알았다.

 

막상 판사가,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라고 선고하고, 곧 이어서 교도관에게 구속영장을 주면서, 데리고 가라고 했을 때 기절할 뻔했다. 집행유예가 나오면 저녁에 손님들을 만나려고 약속까지 잡아놓고, 신사복에 명품 시계까지 차고 나왔는데 그 상태에서 법원에서 구치소 호송버스를 타고 구치소로 가게 된 것이었다.

 

초원에서는 무리에서 이탈한 얼룩말을 사자들이 습격을 한다. 얼룩말은 죽기 살기로 도망가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불과 몇 분 안에 무섭고 날카로운 사자의 이빨은 얼룩말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져 질식시킨다. 얼룩말의 고통은 잠시뿐,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더 잔인하다. 갑자기 법정에서 판사의 말 한 마디에 무서운 사자들이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묶고, 자유를 완전히 박탈한다. 동물우리와 같은 감방에 처넣는다. 외부와는 차단되고, 옷도 군대식으로 통일된 색깔로 바꾸고, 이름 대신 번호가 주어진다.

 

구치소에서 재소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번호만 알면 되고, 번호로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에서도 같은 반에서 번호만 가지고 출석을 부르거나 성적표를 나누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억울 사장이 몇 달 지나서 정신을 차리고 있는데, 같은 방으로 신입자가 들어왔다. 장사기(45, 가명)는 처음 들어와 가볍게 인사만 하고 며칠 동안 일체 말을 하지 않았다.

 

죄명은 사기라는데, 얼굴이나 말하는 태도로 보아서는 도저히 사기꾼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무 순진해 보이고, 진지해 보였다. 재소자들은 그의 정체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다.

 

그는 돈을 잘 썼다. 영치금을 가지고 재소자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었다. 책은 주로 영어로 된 경제와 정치에 관한 책을 보고 있었다. 일본어로 된 철학책과 소설도 읽고 있었다. 분명 우리나라 사람이 맞는데, 한글로 된 책은 전혀 보지 않았다. 외국책을 읽으면서 혼자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면 분명 학식이 깊고, 책이 재미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영어와 일본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그냥 표지가 고급스럽게 생겼다는 것만 확인할 뿐이었다. 무슨 책이냐고 묻고, 내용이 어떠냐고 물어도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간이 가자, 그는 서서히 자신의 정체에 대해 1급 군사기밀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가서 살다가 나이 들어 한국에 돌아왔어요. 아버님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주유소를 5개 경영하고 있어요. 제가 고국에 돌아가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우선 100억을 가지고 한국에 가서 작은 사업부터 연습 삼아 해보라고 해서 들어온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 호텔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던 중, 같이 투자하겠다고 달라붙은 여자 세명으로부터 억울한 고소를 당해서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예요. 저는 곧 나갈 거예요.”

 

홍 사장은 통영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죄명이 사기이기 때문에 일단은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홍 사장은 구치소에 들어온 이후 수많은 사기꾼을 보았다.

 

물론 개중에는 억울하게 고소인의 무고 내지 허위과장 주장에 의해 혐의 없음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구속되어 들어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런 억울한 사람이 무죄를 받고 나가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사기죄로 구속된 피고인이 제대로 해명을 못하고, 충분한 반대증거를 대지 못하고, 돈이 없어 변호사를 제대로 사지 못해서 그런 수도 있겠지만, 홍 사장이 보기에는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인권의식이 부족한 것임은 틀림없었다.

 

어떤 경우에는 고소인을 위해 청부수사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고소인의 주장만 듣고, 피고소인의 주장은 묵살해 버린다. 고소인이 꾸며낸 증거만 가지고, 피고소인이 억울하다고 울부짖는 것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경찰에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편파수사를 해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청에 송치하면, 검사는 보지도 않고 법원으로 사건을 넘긴다. 법원에서는 고소인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다음, 증거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한다.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을 한다. 곧 바로 교도관에게 인계되어 구치소로 옮겨져 감방에 들어간다. 그때부터는 구속상태로 항소심이나 상고심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홍억울 사장이 볼 때 사기죄로 구속되어 들어오는 사람들은 실제 사기꾼인 경우가 많았다. 사기꾼은 구치소에 들어와서도 거짓말을 하고, 밖에 나가 또 사기를 칠 생각을 한다. 같은 감방에 있던 사기꾼에게 걸려들어 밖에 나가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있다.

 

= 작은 운명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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