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정을 통한 사실을 가지고 공갈을 치는 남자
다음 날, 운전기사가 명훈 엄마에게 물었다. 박 기사는 지난 번 호텔에서 강남역까지 태워다 준 여자가 바로 은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명훈 엄마가 은영을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사모님. 지난 번 모셔다 드린 여자 손님 있잖아요? 그 중 한 사람은 제가 옛날에 만난 적이 있는 여자예요. 사모님이 잘 아는 사람들이예요?”
명훈 엄마는 갑자기 귀가 번적 띄었다.
“아니. 누구를 알아요? 어떤 여자를 아는 거예요?”
“그때 비싼 옷 입은 여자 말고, 아주 싸구려 옷 입고 나온 여자 말이예요.”
“그 여자를 만나 볼래요? 만나서 잘 설득시켜봐요. 내가 수고비는 톡톡히 줄테니까.”
“연락처는 모르는데요? 아주 오래 전에 만났던 사람이라.”
“연락처는 내가 알고 있으니까 만나서, 좋게 해결 해봐요.”
“예. 사모님.”
박 기사는 은영에게 전화를 했다. 자신이 명훈 아빠 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은영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의 제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은영 씨. 오랜 만이예요. 잘 지냈어요? 이야기 들으니까 제가 모시는 사장님 손주를 가졌다면서요? 축하해요. 부잣집 며느리가 되면, 팔자 고칠 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할 말이 뭐예요?”
“사모님에게 먼저 말했어요. 은영 씨를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했어요. 은영 씨는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아이를 수술해요. 내가 돈을 받아줄테니. 얼마를 원해요? 까놓고 이야기해요. 우리끼리니까. 한 1억원 받아줄까 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요?.”
“무슨 말이예요?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예요. 명훈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명훈 씨 역시 나를 사랑하고, 우리는 아이 때문에 헤어질 수 없어요.”
“나와 성관계한 거 말하면 모든 것이 끝날텐데요? 그때 나와 육체관계하고 사랑하다가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간 것도, 사과하지 않는 은영 씨 태도도 용서할 수 없어요. 나는 모든 사실을 폭로하고 직장 그만두면 돼요.”
“아니, 언제 내가 당신과 성관계 했어요? 무슨 사랑을 하고 누가 배신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해요? 정말 나쁜 사람이고, 무서운 사람이네요. 나를 언제 봤다고 공갈을 쳐요?”
“내가 은영 씨 친구 제인과 같이 연애했던 것, 은영 씨도 잘 알잖아요? 자꾸 그러면 내가 제인을 만나서 삼자대면을 할게요. 그렇게 딱 잡아뗀다고 될 줄 알아요? 명훈네는 돈이 많아 심부름센터를 시키면 모두 다 알아낼 수 있어요.”
은영은 소름이 끼쳤다. 그때 강제로 처녀를 빼앗고, 상처를 준 악마였다. 더군다나 제인이라는 경자의 애인으로서 애인의 친구인 은영을 겁탈한 것이다. 그때는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몰라서 당했고, 당한 다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악한이 지금 또 악연이 되어 명훈네 기사로 있다니,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박 기사가 정자를 찾아내서 공갈치면 부잣집에 시집 가서 잘 살고 있는 정자의 가정이 파탄 날 위험성이 있었다. 은영은 정말 법만 없으면 박 기사를 죽이고 싶었다. 세상에 이렇게 나쁜 인간이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다니 끔찍했다.
“당신은 나쁜 사람이네요. 좋아요. 마음대로 해요. 다 이야기해요. 나도 끝까지 씨울테니까.”
“은영 씨는 나를 잘 몰라서 그래. 그때 은영 씨나 제인 씨를 만날 때는 대학에 다니고 행복했어.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이 사업에 실패하고 자살하셨어.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들어갔다가 돌아가시고, 나 혼자서 고생하고 살았어. 그러다가 마약조직에 끌려들어가 감방을 갔다 왔어. 그래서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어. 지금 겨우 맘잡고 기사로 일하고 있어. 그런데 은영 씨 문제를 알게 된거야. 사모님은 은영 씨 문제를 해결하면 나에게 천만원을 준다고 약속했어. 지금 은영 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가만있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해줘. 그리고 객관적으로 볼 때도 은영 씨가 어린 남자 아이를 갖고 돈을 뜯어내는 건 옳지 않아.”
은영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박 기사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다 빼버리고, 세상 모든 일을 자신의 입장에서만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나는 비록 감방에는 갔다 왔지만, 지금은 정말 바르게 살고 있어. 감방에 간 것도 아무런 죄도 없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거였어. 고소한 사람이 검사와 짜고 집어넣었어. 하지만 그런 검사나 고소인을 원망하진 않아. 모든 게 내 탓이고, 내 잘못이었다고 생각해. 객관적으로 오해 살 일을 한 건 나였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정의의 사자로 변했어. 그래서 나쁘거나 사악한 인간에 대해서는 절대로 참지 않아. 알았지?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돈은 내가 받아줄 게. 1억원은 받아줄 거야. 그 이상 더 욕심 부리면 큰일 나. 지금 TV를 봐. 돈 많은 재벌들도 더 욕심 부리다 감방 가잖아.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이 늙어서 경로당 가서 바둑이나 장기나 두고 있으면 편하게 여생을 보낼텐데, 장관인가 비서실장인가 뭔가 하다가 감방 가 있잖아. 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리다가 패가망신하는 거야. 그러다가 감방 가서 죽으면 무슨 소용 있어?. 얼마나 어리석을까? 은영이는 그러지 마. 내가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라 아끼고 싶어서 이런 충고를 하는 거야. 아무 관계없으면 나같이 바쁜 사람이 미쳤다고 이렇게 만나서 시간 낭비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하겠어.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거야. 알았지. 3일 간 여유를 줄테니까 연락해 줘.”
은영은 정말 기가 막혔다. 감방까지 갔다왔다는 전과자 주제에 무슨 근사한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은영과 명훈 사이의 문제이고, 배 안에 들어있는 아이 문제인데, 건달이 마치 정의로운 검사나 되는 것처럼 공자 말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은영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박 기사가 명훈 아빠 기사로 일하고 있어 은영의 과거를 폭로함으로써 명훈과의 관계를 파탄시킬 핵폭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은영은 며칠 간 생각한 다음 알려주겠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작은 운명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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