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모텔에서 가정 주부를 강간한 사건

 

명훈 아빠는 다시 TV를 켰다. 술을 마셨다. 아무래도 술기운이 있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뉴스가 나왔다. 젊은 부부가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빚이 많아 더 이상 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남자는 자동차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과 함께 이승을 떠났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 그 남자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너무 불쌍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제 막 걸어다니려고 하는데 본인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 없이 오직 부모의 의사결정에 따라 목숨을 잃어야 했다. 죽어갈 때 육체적 고통은 얼마나 심했을까?

 

부모에게 그런 권리가 있는 것일까? 본인들만 죽으면 되지, 왜 아무 것도 모르는 철없는 아이들까지 끌고 간 것일까? 어린 아이들을 남겨놓으면 말도 못할 고생을 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식을 낳아놓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부모라면 그 아이들을 그대로 남겨놓았어야 한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키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고아로 자라도 성장하면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명훈 아빠는 그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더 이상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잘못되거나 죽으면 명훈이는 어떻게 하는가? 나만 믿고 사는 명훈 엄마는 어떻게 되는가? 회사 직원들도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한 동안 명훈 엄마는 편안하게 지내고 있었다. 남편은 사업을 잘 하고 있었다. 명훈 역시 조용히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약국을 경영하면서 돈도 벌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우도 받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명훈이 임신시킨 일로 골치를 썩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돈을 주고 해결하면 되는 문제였다. 아들 가진 엄마 입장에서는 상대 여자가 수술을 해서 몸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명훈이 또 사고를 쳤다. 클럽에서 만난 유부녀를 강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요새 사회 분위기가 예전과 확 달라져서 잘못했다가는 징역도 갈 수 있는 위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쳐서 길을 가던 사람이 벼락을 맞아 죽는 것처럼, 명훈 아빠 회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고 검찰의 특별수사를 받게 되었다. 도대체 금년에 무슨 삼재수가 붙은 것인지 몰라도, 이래저래 죽을 맛이었다.

 

이토록 극심한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사람이 명훈 엄마 약국에서 약사 아닌 사람이 약을 판매했다는 내용으로 보건소에 신고를 했다. 그 사람은 약을 사러 온 것처럼 가장해서 몰래카메라를 옷에 부착하고 보조자가 단독으로 약을 파는 것을 사진 찍고, 비밀녹음을 했다.

 

보건소에서 조사를 시작하였고, 벌금까지 받게 되었다. 약사인 명훈 엄마에 대해서는 약사면허정지처분까지 떨어졌다. 경쟁관계에 있는 약국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여 비약사의 약판매행위를 계속해서 감시하고 증거를 잡아서 고발한다는 소문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었다. 요새는 병원에서 가지고 온 처방전의 경우에는 절대로 약사 아닌 사람이 조제하지 않는다. 처방전 없이 사러 온 일반 약의 경우 약사가 바쁘면 비약사인 총무 같은 사람이 간단하게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약점 잡아 고발한 것이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언제 누가 어떤 방법으로 약점을 잡아서 고발을 할지 모른다. 이제는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하고,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런 저런 일로 속이 상하고 입맛도 없는 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명훈 엄마 되시죠? 지난 번 뵈었던 강간사건 피해자 친구입니다. 제 친구가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어서 고소를 한다고 해요. 어떻게 좋게 해결할 의사는 없으신가요? 제 친구는 그 일로 병원에 다니고 있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어요. 고소를 하게 되면 혹시 제 친구 남편이 알게 될까봐 망설이고 있어요.”

 

얼마를 요구하는 거지요?”

친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 한 3천 정도는 줘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뭐라고요! 3천이라고 했어요? 3백만원이 아니라 3천만원을 달라는 거예요?”

 

강간을 당해 가정도 파탄나게 생겼고, 아파서 병원도 다니고 있잖아요? 강간범이 얼마나 무겁게 처벌되는지 모르세요? 애엄마를 강간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만들었는데, 3천이 많다는 거예요? 그럼 그만 두세요. 내일 고소할 테니까. 친구는 이미 변호사를 선임해서 고소 준비를 다해 놓았어요. 끊을 게요.”

 

상대 여자는 사정 없이, 아주 냉정하게 사무적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명훈 엄마는 정신이 번쩍 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 여자는 다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급히 고등학교 동창으로서 법대 교수로 있는 친구를 만나자고 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꽃뱀들 봤나! 정말 너무한 것 아니니? 이게 강간이 되는 거야?‘

글세 명훈이 말이 증명이 되면 강간이 아닐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나야 학교에서 강의만 하니까 실제 수사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몰라. 하지만 고소를 당하면 골치 아플텐데 어쩌지?”

 

글쎄 기껏해 봤자 미수에 그친 것인데 그걸 가지고 얼마나 처벌받겠어? 그 여자들은 완전히 날강도야. 유부녀가 애도 있는데 40이나 돼서 어린 아이들 노는 클럽에 와서 술을 마시고 모텔까지 따라가서 강간 당했다고 돈이나 뜯어내는데 이렇게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나? 정 안되면 그 여자 남편을 찾아가서 마누라 단속 잘 하라고 해야겠어.”

 

강간죄는 미수범도 인정되면 처벌이 무거울 것 같으니 가급적 합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의를 하지 않으면 전과자 되고, 또 변호사 비용도 들잖아?”

명훈 엄마는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었다. 명훈이 한 행위에 대한 댓가로 3천만원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도대체 그 여자가 피해를 본 것은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강간죄란 여자의 정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처벌하는 것일텐데, 그런 여자의 정조를 보호할 가치가 있을까? 정조를 보호한다고 해도, 명훈이가 하지도 않았다는데, 무슨 정조가 침해된 것일까? 설사 정조가 침해되었다고 해도 돈으로 환산하면 몇십만 원이면 되지 무슨 천만원 단위로 부른단 말인가? 정숙한 여자 같으면 클럽에 갈 이유가 없고, 모텔에 갔다가 남자에게 당할 뻔 했으면 창피해서 말도 꺼내지 않을 텐데, 이건 완전히 사기고 공갈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일단 상대방이 고소를 하면 문제가 커질 것 같아 다시 조바심이 났다. 피해자의 친구라는 여자에게 전화를 계속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문자를 보냈다. ‘5백만원을 드릴게요. 합의해 주세요. 명훈 엄마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쓰려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수면제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약사라 약에 대해서는 박사였고, 자기 관리는 철저하게 할 수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