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아픔
안개비의 촉감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겨울인데도 포근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겨울사랑의 감흥이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고 있다. 겨울의 외로움이 눈이 내리지 않는 오후에도 서울에 머물고 있다. 서울이 안개비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름답다. 생명체가 내뿜는 열기는 대지를 뜨겁게 달군다. 꽃보다 아름다운 생명을 담은 존재! 그것이 바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지상의 빛이다. 가장 아름다운 소망이다.
‘정말 갈 거라면 거짓말을 해/ 내일 다시 만나자고 웃으면서 보자고/ 헤어지잔 말은 농담이라고 아니면 난/ 그 많은 시간을 함께 겪었는데/ 이제 와 어떻게 혼자 살란 거야 그렇겐 못해 난 못해’(2AM, 죽어도 못 보내, 가사 중에서)
그들의 시간은 항상 행복을 의미했다. 한 잔의 커피만으로도 행복은 넘치고 넘친다. 어두움은 서서히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창가에 부딪히고 있다. 겨울의 하얀 무대에 어리석은 욕망들이 눈사람처럼 멍청하게 서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은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절망하고 있다.
<누가 곤륜산옥을 잘라
직녀의 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직녀는 견우님 떠나신 뒤에
시름하며 허공에 던져 두었네>
- 황진이, 영반월(詠半月) -
밤하늘에 반달이 외롭게 떠있다. 황진이는 그 반달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고 있다.
은은하게 떠있는 반달을 마치 하나의 빗이라고 상징한다. 그것은 견우가 떠나자 직녀가 자신의 머리를 단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빗을 버렸다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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