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

 

사랑의 끝은 어디인가? 사랑은 혼자 어디까지 떠돌아 다닐 것인가? 아무도 없는 낯선 산장에서 그는 울부짖는다. 사랑을 거부하는 몸짓은 처절하다. 아름답던 사랑의 파편들조차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채 신음하고 있다.

 

‘바보 같은 짓이야 쓸데없는 일이야/ 이별이 뭐 대수니/ 이제 더 이상 눈물 따윈 아껴둬/ 웃을 날이 더 많잖아/ 미치도록 너를 즐겨봐/ 세상 앞에 널 구속하지 마/ 생각한대로 맘 가는 대로 너를 위해 사는 거야 널 위해’(씨야 & 다비치 & 티아라, 원더우먼, 가사 중에서)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서 -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의미한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 소유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 보라. 우리는 많은 사랑을 소유하려고 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소유가 아니고, 사랑했던 관계의 흔적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요즘 넌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만남이 잦더라/ 이제는 먼저 전화도 걸지 않더라/ 나랑 있을 때는 하루가 1초라도 넌 내 앞에서 요즘 하늘만 보더라’(외톨이야 가사 중에서)

 

상대방에게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크게 된다. 서운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허탈한 심정은 앞서 나갔던 사랑을 다시 끌어들이고, 마음을 닫고, 이제 어두운 밤을 맞이한다.

 

모두들 잠이 드는 고요한 밤에 별빛을 벗삼아 사랑의 실패를 이야기한다. “그래, 내 사랑은 이제 끝이 났다. 앞으로 더 이상의 사랑은 없다. 그러므로 나는 혼자다.”

 

<가끔 그런 일이 있다. 해일이 바다 밑바닥을 뒤집어놓듯이, 존재 자체를 뒤집어내는 그런 일. 잊은 줄만 알았던 과거가 혼령처럼 불려나와 아무리 술을 마시고 취해 엎어져 있어도,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나온 자리마다 붉은 상처가 선연하고 돌보지 않은 상처들은 이제 악취를 풍기고 있다.>

- 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 2009년 창비, 258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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