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어서 또 왔네>

 

가을밤이다. 선선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 든다.

~ 우리는 왜 가을이 되면, 그토록 아파했을까?

 

남진 선생님의 구성진 노래를 듣는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이 노래는 아무리 들어도 원래 처음 부른 남진 선생님 음성으로 들어야 제맛이 난다. 젊은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영 맛이 나지 않는다.

 

<이 생명 다 바쳐서 죽도록 사랑했고

순정을 다 바쳐서 믿고 믿었건만

영원히 그 사람은 사랑해선 안 될 사람

말없이 가는 길에 미워도 다시 한번>

- 남진, 미워도 다시 한번 -

 

<중국의 선비가 기녀를 사랑하였다. 기녀는 선비에게 선비님께서 만약 제 집 정원 창문 아래 의자에 앉아 백일 밤을 기다리며 지새운다면, 그때 저는 선비님 사람이 되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흔아홉번째 되던 날 밤 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팔에 끼고 그곳을 떠났다.

정신분석학적 전이(Transfer)에서 사람들은 항상 기다린다. 기다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전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과 공유해야 하며, 또 내 욕망을 떨어뜨리거나 내 욕구를 진력나게 하는 것처럼 자신을 내맡기는 데 시간이 걸리는 한 현존에 나는 예속되어 있는 것이다. 기다리게 하는 것, 그것은 모든 권력의 변함없는 특권이요, 인류의 오래된 소일거리이다.>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김희영 옮김, 68~69쪽에서 -

 

위 일화에서 선비는 기녀를 사랑했지만, 기녀가 자신을 지나치게 기다리게 하는 것에 지쳤다. 99일을 기다리는 동안 기녀의 사랑을 의심했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기다리다가 지친다. 사랑의 초기에는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림이 오래 되면 사랑은 떠나가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얼마나 그 전화가 소중한가? 전화가 오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였던 기억을 떠올려보라.

 

<사랑이란 마치 열병 같아서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생겼다간 꺼진다.> - 스탕달

언제쯤 오나요 지나가는 그대의/ 언제쯤 오나요 제발 그대의 뒷모습이라도/ 허락해줘요 매일 이곳에서 그대가/ 지나간 후에라도 이 길을 지키고 있을 께요

- 임창정, 잊혀진 이별, 가사 중에서 -

 

그래도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진정한 사랑이 오는 그 날까지,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못 잊어서 또 왔네 미련 때문에

못 잊어서 또 왔네 그대 보고파

차가운 추억일랑 달래보련만>

- 이상열, 못 잊어서 또 왔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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