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제일 무섭다 ②

<사람처럼 무서운 존재는 없다>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썼다. 물론 극단적인 표현이다.

세상에는 무섭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 99.99%일 것이다. 하지만 무서운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 0.01% 정도는 될 것이다. 문제는 이 0.01%의 사람이 문제다.

살인죄도 마찬가지다. 살인죄를 저지르는 사람, 즉 살인범은 몇 명 안 된다. 그래도 그런 몇 명의 사람들 때문에 살인죄가 무섭다는 것이다.

강간범도 마찬가지다. 강간범도 %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누구나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강간범에 대해 난리를 치는 것이다.

사람이 무섭다는 이유는 당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백화점 가서 티셔츠 한 벌만 훔쳐가지고 나오다 걸려봐라. 현행범이기 때문에 민간인도 체포할 수 있다. 백화점 보안요원들이 못가게 붙잡아놓고 경찰을 부른다.

경찰서로 연행되어 피의자로 입건된다. 백화점 직원이나 경찰관, 검사나 판사 모두 법집행담당자로서 아주 냉정한 태도로 법을 집행한다. 범인이 절도 전과 몇 번 있으면 실형까지 살린다.

남의 돈을 빌려서 생활비로 쓰고 갚지 못하는 경우, 사기죄로 고소를 해서 콩밥을 먹이는 경우가 있다. 범인이 병에 걸리고 가족은 쪽방에 들어가 있어도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을 1년 살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는 범인이 징역을 1년 사는 것으로 양이 차지 않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경찰이나 검사는 남의 일이기 때문에 징역 1년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업이 잘 될 때에는 교회에 가서 매주 헌금하고, 십일조도 절대 거르지 않고, 교회 봉사를 24시간 했는데, 막상 본인이 부도나면 교회 가도 아무도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친구들 애로사항 있으면 제 돈 써가면서 도와주었는데, 막상 본인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그런 친구들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꺼낼 용기가 없다.

학교에서 헌신적으로 가르쳐서 출세했는데, 그런 제자들이 전화 한 통 없는 경우 교사 입장에서는 심정이 어떨까?

부모가 먹지도 않고 입지도 않고 자식들 위해 고생했는데, 결혼해서 제 자식이나 외국 유학 보내고 부모에게 용돈도 주지 않는 현실적인 자녀 앞에서 부모는 어떤 회의를 느끼는 것일까?

선거때 24시간 쫓아다니면서 선거운동 해주었는데, 당선된 다음에는 얼굴 보기가 어렵다. 무엇 때문에 선거운동 때 난리를 쳤을까?

같이 좋아서 연애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육체관계 때 동의한 것이 아니라고 고소하여 성범죄로 몰고 징역을 보내는 사람 앞에서 피고소인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조강지처에게는 가계부에 몇 천원 맞지 않는다고 난리 치던 남자가 이혼하고 자식들 버리고, 재혼하여 의붓자식들 위해 뼈빠지게 돈벌어 외국 유학 보내고 있을 때, 조강지처와 그 자녀들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사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들일까?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불쌍한 사람들일까? 검사생활을 오래 하다가 변호사생활을 오래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어떤지 날이 갈수록 더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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