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거부의 몸짓>

새 한 마리가 앉았네
너는 가을 따라 가고
나는 가을을 붙잡고 울고 있네

저녁 노을이 내리면
우리 사랑은 덧없이 사라지고
가을 낙엽 속으로
너의 이름마저 흐미해지면
슬픔은 아픔을 껴안고
저 언덕을 넘어간다

한 때 온 정신을 잃고
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밤을 새며 울었지
기차가 떠나면
나는 단풍에 물들어
이름 없는 철새가 되었어

지금까지 우리가 붙잡고 있었던 것은
그림자이었어
아무 의미도 없는 허상이었어
너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랑의 껍데기만을 불에 태웠던 거야

다시 침묵의 심연으로 들어가
파바로티의 음악을 들어
그러면 우리는 종점에 다다를 거야

그곳에서
차가운 계단에 앉아
낯선 사랑의 노숙자가 되어
새벽에 짙게 깔리는 안개 속에서
익숙한 사랑을 거부한 채
뜨거운 포옹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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