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외출>

 

 

단풍은 스스로 슬픔을 표현한다

사랑을 마무리짓기 전에

가장 화려한 외출을 한다

 

서서히 밀려오는 아픔을 쌓아두었다가

가을의 정점에서 미친듯이 쏟아낸다

 

쇼팽의 피아노 선율을 따라

허망한 사랑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곧 떨어질 붉은 잎들이

사랑의 원점에서

쌓았던 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다

 

바람은 사랑의 상실을 예고한다

비가 오는 날을 피해

낙엽은 갈 곳을 찾고

아픔으로 점철된 사랑의 길에

추억들만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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