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밤에 빛난다(Love shines in the night)

 

가을은 역시 바람을 따라 온다. 바람 때문에 깊어지는 것이 가을이다. 삶의 바람을 느끼지 못하면 가을을 가슴에 품지 못한다. 가을은 삶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로 하여금 겸손하게 만든다.

 

아주 오래 전부터 가을바람과 더불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갔다. 누렇게 익은 벌판에는 사랑이 익어가는 향기가 나고 있었다. 사랑이 깊어가는 길목에는 코스모스가 해맑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랑이 밤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 밤송이들이 떨어지면서 사랑의 결실을 보여주고, 사랑은 밤에 이루어진다는 묘한 역설을 깨우쳐주고 있었다. 밤나무는 밤에 빛난다. 사랑이 밤에 빛나는 것은 별빛 때문이다. 별빛은 밤송이들을 비추며 사랑을 반사시킨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순수하기 때문이다. 오직 한곳을 향하는 순수함 때문에 사랑은 빛이 난다. 서로를 지켜주는 생명의 빛이 사랑이다. 사랑은 서로의 영혼을 감싸주면서 충만하게 만든다.

 

사랑은 아름다워야 한다. 사랑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서로를 향한 눈빛 때문이다. 다른 곳에 기웃거리지 않는 시선의 정향성은 사랑의 성격을 규정짓는다.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사랑을 포기하라. 사랑을 한다면서 방황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모욕이다.

 

사랑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주지 말고, 기쁨과 행복을 주도록 하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시켜라. 사랑은 무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가을은 모든 생명체로 하여금 그 자신의 최선의 상태를 연출시키도록 요구한다. 밤껍질의 윤기를 보면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밤나무가 노력했던 그 인고의 시간을 되새겨볼 수 있다.

 

밤의 껍질의 딱딱함과 짙은 갈색의 윤기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쁜 밤을 두 개 손 안에 넣고 굴리면서 그 촉감을 통해 사랑의 윤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은 사랑을 느끼는 계절이다. 가을바람이 가슴 속을 파고 들어오면 그땐 사랑도 함께 품어야 한다. 단풍이 물들어 가면 그 은은한 색깔로 물들은 사랑도 함께 눈 속에 넣어야 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먼 곳을 느끼는 지금 이 시간 별 하나를 찾는다. 그 별에 우리 사랑의 이름을 써넣는다. 별에 새겨진 그 이름은 천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밤에는 그 별을 보면서 우리들의 사랑을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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