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것들
가슴에는 태풍이 불었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던
작은 존재와 존재의 몸부림
너 때문에
외롭지 않았다
마음을 주고 의지했던 곳에
틀었던 둥지
그 안에 작은 알이 놓였다
겨울을 지내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물들었다
선명한 문신은 아니지만
쉽게 벗겨낼 수 없도록
살 속 깊숙히 박힌
정으로 채색되었다
네가 떠난 뒤
비틀거리면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그 무엇을 기다리며 절망한다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빛나는 보석을 상실한 채
빈손으로 떠나는 방랑자가 된다
무엇을 향해 외쳤던가
저항하려고 했던 것은
너의 침묵이 아니었던가
사랑이라는 흔한 단어의 의미를 던지고
우리가 마침내 닿은 곳에는
벌거벗은 나목의 싱싱한 물기
환상을 깨뜨려버린
동굴로부터의 탈출이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러나 분명 우리에게도 날개가 있다. (0) | 2020.10.24 |
---|---|
아무도 그 날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0) | 2020.10.24 |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에 (0) | 2020.10.24 |
부부가 지켜야 할 의무 (0) | 2020.10.24 |
솔 잎 (0) | 2020.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