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7)

고병미는 혼자 살고 있었다. 미용실에서 일을 배우다가 힘이 들어서 그만 두고 대형 슈퍼에서 캐셔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치킨집을 친구와 동업으로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돈철을 만나 연애에 빠졌다.

강우연은 처음에는 병미가 보통이었다. 그런데 워낙 병미가 우연에게 잘 해주고, 가끔 용돈도 주고, 잠자리를 잘 해주었기 때문에 자주 만났다. 병미는 우연과 관계를 하면서도 피임은 아주 철저하게 했다.

“그런데 우연씨는 내가 알던 어떤 사람과 참 비슷하게 생겼어요. 처음 볼 때는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 사람이 있는가 하고요.”
“글쎄요. 누군데요?”

“병미씨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그건 왜 물어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예요? 서로 사랑하면 되지? 우리가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궁금하잖아요? 나는 서른 살인데.”
“나도 서른 살이예요. 하하하.”

우연은 자신의 나이를 네 살이나 올려 말했다. 여자는 자신의 나이를 15살이나 줄여서 말했다. 그래도 우연과 병미는 엇비슷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 병미는 같이 치킨집을 동업하는 여자와 크게 싸움을 했다고 하면서 우연을 만나서 속상하다고 술을 마셨다. 병미와 동업하는 길자는 나이가 50살이었는데, 옛날에 가수가 되려고도 했던 여자였다.

그런데 치킨집에 단골로 오는 헬스클럽 코치를 짝사랑했다. 두 달 넘게 집요하게 길자는 그 코치에게 프로포즈를 해서 마침내 어느 날 합궁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길자는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서도 자신의 사비를 들여 코치의 일행이 치킨집에 오면 매상의 절반은 길자가 부담했다.

술에 취한 코치는 정상적인 술값을 따져보지도 않고 길자가 할인해준 술값만 결제하면서, ‘오늘 별로 안 나왔네? 이집은 술값이 싸서 마음에 들어.’하면서 추가로 생맥주를 10잔씩 더 시켰다.

그렇게 어렵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어렵게 코치와 하루밤을 잤는데, 자고 난 이후에는 코치가 더 이상 길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병미에게 말을 걸고, 병미를 테이블에 앉히고 술값을 할인해주지 않아도 더욱 자주 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길자는 자신이 코치와 잠을 잤다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코치의 술값을 대신 내주었다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만일 장부를 다 까보면 그동안 코치가 먹은 술값을 할인해주고 실제로 길자가 개인돈으로 내준 돈은 절반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결국 길자가 동업자인 병미에게 손해를 입힌 것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