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5)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어머니는 고생을 견디다 못해 어떤 남자와 동거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그 남자는 별로 경제적 능력도 없는 유부남이었다. 거꾸로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그 남자를 먹여살리는 상황이 되었다.
돈철이 제대할 무렵이 되자, 그 남자는 돈철이 무서워서 그랬는지 어머니집에서 나가서 연락을 끊어버렸다. 어머니는 그 남자 때문에 성병에 걸려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 돈철은 어머니도 미웠고 원망스러웠지만, 그 남자를 도저히 가만 둘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우리 어머니 아픈 사람인데, 어머니를 1년 동안이나 이용해먹고, 게다가 성병까지 옮겼다면서요?”
“무슨 소리야? 자네 어머니 때문에 내가 성병을 옮은 거야. 어머니 때문에 내 마누라까지 성병에 옮았어. 그 문제 때문에 어머니와 헤어진 거야. 어머니는 원래 행실이 나쁜 여자였어. 자네 아버지도 그래서 이혼한 거야. 그리고 내가 돈을 벌어서 어머니에게 다 가져다주었어. 어머니는 원래 낭비벽이 심해. 친구들과 고스톱판에나 다니고, 노래방 도우미 생활을 했어.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피해자인 셈이야.”
“우리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한 거예요. 그리고 어머니는 남자를 모르고, 도박도 하지 않았어요.”
“그건 자네가 모르는 일이야. 어머니에게 가서 물어봐. 내 말이 모두 사실이니까.”
돈철은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 남자의 태도가 너무 당당하고, 혹시 어머니가 그렇게 타락한 것인지 모른다 싶어서 일단 그 남자와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돌아왔다. 돈철은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 남자는 정말 나쁜 사람이야. 나는 노래방에도 나가지 않았고, 도박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성병은 그 남자가 옮긴 거야. 생활비도 처음 두 달만 주고 나머지는 전혀 주지 않았어.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때리고 협박을 했어. 그리고 너에게 알리겠다고 공갈을 쳤어.”
돈철은 그 남자를 만났다. 보자 마자 그 남자를 폭행했다. 그 남자도 만만치 않았다. 십여분을 돈철과 그 남자는 치고박고 싸웠다. 그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순찰차가 출동하고 돈철과 그 남자는 지구대로 끌려가고 폭력사건으로 형사입건되었다. 돈철은 그 남자와 끝까지 법으로 가면 그 남자의 처가 돈철의 어머니를 상대로 위자료청구를 할 것이고, 돈철도 벌금을 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너무 절망했다. 아버지에게서 버림 받고, 혼자 남은 어머니조차 너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돈철은 시간이 가면서 어머니가 너무 불쌍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어머니 이모집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혼자 독립해서 살다가 아버지를 만나 결혼해서 살았다. 아버지는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운전일을 하면서 돈철을 낳고 살았다. 그런데 아버지에게는 끊임없이 여자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해서 그런지 아버지는 바람 피는 일을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바람 피는 것 때문에 늘 싸움을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아버지는 싸울 때마다, ‘왜 내가 당신만 보고 살아야 하느냐? 당신도 다른 남자 만나라.’라는 억지를 썼다. 그렇게 속을 썩고 살다보니 어머니는 유방암에 걸려 유방절제수술을 했다.
돈철은 하는 수 없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어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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