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6)

돈철은 커피 바리스타가 되어 유명한 카페에 취직을 했다. 26살이 되었다. 생활이 안정되었다. 돈철은 열심히 일을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쉬는 날에는 산악회에 가입하여 등산을 열심히 다녔다.

고등학교 친구 한 명과 같은 산악회 회원이 되었다. 한달에 두 번 정도는 산악회에서 버스를 빌려 전국에 있는 산을 돌면서 등산을 했다.

몇 달 지나자 그 산악회에서 병미라는 여자를 알게 되었다. 산악회 일행은 등산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 7~8명 정도가 남아서 저녁 식사를 하거나 노래방을 갔다. 돈철도 그런 이차모임에 자주 참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병미를 알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은 그 후 자연스럽게 모텔을 다녔다. 서로 나이도 묻지 않았다. 돈철은 그런 모임에서는 본명인 돈철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다. 이름에 들어가 있는 돈(敦)자를 사람들이 돼지 돈(豚)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이름에 있는 철(澈)자로 한글 세대에서는 쇠 철(鐵)로 생각하면 놀림감이 되는 것 같아서였다. 돈철은, pig steel, 즉, 쇠로 된 돼지의 뜻이었다.

원래 돼지는 살이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움이 특징인데, 돼지가 쇠로 되었다니 도대체 그런 돼지는 먹을 수도 없고, 교미도 할 수 없는 이상한 존재로 여겨졌다.

돈철은 원래 집에서는 단순히 ‘철’ ‘처라’ ‘철아’로 불려졌다. 친구들은 일부러 부드럽게 한다고 ‘동철’로 불러주거나, ‘똥철’로 불러주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철자를 빼고 그냥 ‘돈(money)’라고 불렀다.

친구들이 돈이라고만 부를 때는 같이 빵집에 가서 빵을 먹고 돈철에게 돈을 모두 내라고 할 때만이었다. 돈철은 억울했다. 아버지가 왜 자신의 이름을 평범하게 남들이 쓰는 것으로 지어주지, 아무도 쓰지 않는 이상한 한자, 즉 ‘돼지와 강철’ 글자를 섞어써서 복잡하게 만들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꼭 본명을 밝혀야 할 장소가 아니면, 돈철은 자신의 이름을 ‘소(牛)와 유연(柔軟)’을 뜻하는 ‘우연’이라고 했다. 그래서 ‘강우연’으로 행세했다. 특히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촌스러운 본명 대신 예쁜 예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꼭 그래야겠다고 맹세를 했다. ‘

최돈철’ 대신 ‘강우연’이라고 이름을 새로 만드니 정말 자신이 예전보다 100배는 부드러워진 것 같았고, 장차 연예인 같은 사회적으로 유명인사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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