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부르는 시간>
꽃잎이 눈처럼 날리던 그날 밤
꽃잎 속에서
나는 너를 만났고
조용한 미소에 취해
꽃길을 걸었다
눈이 부셔 눈물이 나던
화사한 벚꽃 아래서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서서 울었다
속삭이며 불러보았던
서로의 이름이
가지에 걸렸다
낯선 연이 걸려 있던
같은 자리에 매달려
달빛에 젖고 있었다
지는 벚꽃을 따라
떠나간 사람
순백의 자리에
거리의 공허함만 남아
사랑의 촛불을 켜면
나는 다시 너의 이름을 부른다
가슴을 찢는 아픔들이
비에 젖은 꽃잎들과 함께
유리창을 수놓고 있다
멀리 떠나간 그리움이
불꽃을 피우는 시간
꽃잎들이 빗물 위로
슬픔을 토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