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바닷가의 아침은 고요하다
거칠었던 파도도 가라앉고
밤새 가냘픈 미소를 지었던 달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시간
우리는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작은 배가 돌아오고
그 뒤를 갈매기들이 따라왔다

어부들을 마중나간 아낙네들은
해가 뜨는 동편을 보며
퍼득이는 멸치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오늘도 살아있음을 기억한다

상큼한 날갯짓을 보며
낭만을 꿈꾸었던 우리에게
새들은 지독한 현실 앞에서
사랑이 질식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너무 넓어 사랑을 찾지 못한 채
흰 물결에 몸을 맡기고
조개처럼 파편이 되어 뒹구는
슬픔을 모래사장에 묻는다

바닷가의 아침은 아프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탑이
무너지고 있는 이른 시간에
신음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두 마음은 갈매기들의 눈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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