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월요일 아침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침 가방에 우산을 넣고 나왔기에 다행이었다. 우산이 있으니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사전에 준비한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것이다.

13번 버스를 탔다. 2호선 강변역까지 갈까 하다가 월요일 출근긴에 버스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명일역에서 내려 5호선을 탔다. 옆 좌석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자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교육상담해 주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아이들의 의사에 맡겨서 골탕을 먹는 다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천호역에서 8호선을 갈아타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환승을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속에 끼어서 걷다 보면 이게 사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살고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이 나 혼자 군중 속에 끼어 걷는다. 나는 군중의 일부가 된다.

모두가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직업도 다 다르고, 얼굴도 다 다르고, 성격이나 환경도 다 다르다. 가치관도 다르고, 인생관도 다르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병은 없는지, 죽고 싶은지, 살고 싶은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모두 다르다. 똑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의미를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모두 무표정하다.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

지하철에서는 역마다 쓸데없는 안내방속이 많이 나온다. 안내만 해주면 되는데, 더 나아가 어학원이라든가, 병원이라든가 하는 광고방송까지 큰 소리로 한다. 공해다. 대중교통수단에서 그냥 광고판만 붙이면 되지, 왜 개인기업체에 대한 홍보광고방송까지 해서 가뜩이나 피곤한 승객들에게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공익소송을 걸어서 상업방송은 하지 못하도록 할까 싶다.

천호역에서 8호선을 갈아탔다. 잠실까지는 몇 정거장 되지 않는다. 잠실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려면 한참 가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빽빽하다. 출근시간이기 때문이다. 걷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는 나이 든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빨리 걸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에서는 늘 소지품을 조심해야 하고, 타인과의 신체접촉에 유의해야 한다. 역삼역 부근에 오면 늘 2호선에서 두 가지 주의사항을 방송하곤 한다. 옆 좌석에 앉은 여자는 큰 소리로 통화를 한다.

목소리도 탁해서 별로 듣기 싫은데 계속 떠드니 매너가 빵이다. 그래도 참는 수밖에 없다. 조용히 하라고 했다가는 싸움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싸울 용기도 없고, 싸울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서다.

출퇴근시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는 내릴 역을 늘 신경써야 한다. 잘못 지나치면 고생을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무사히 서초역에 내렸다. 역 구내에는 커피와 구운 빵 냄새를 풍기는 곳이 두 곳 있다. 그 유혹을 뿌리치고 사무실에 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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