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난 자리

사랑이 길 위에 쓰러졌다
그 위로 눈이 소복히 쌓인다
삶의 긴 여정 끝에 사랑이 지쳤다
숱한 위선과 가식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피를 토하고 말았다

사랑을 따라 걸었던
우리는 이제 무엇이 되었나
아무 말없이 눈길을 걸으며
사랑을 멀리 보낸다
사랑은 저 혼자 먼길을 떠난다

허망한 사랑이었지만
진한 감동을 남겼다
애틋한 추억 때문에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아픈 가슴을 쓸어안고
별빛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애절한 사랑이 슬픔으로 남았다
가슴을 가득 채웠던 사랑이 떠난 자리에
처절한 고독이 밀려온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다시 낯선 곳으로
길 잃은 사슴을 따라
숲 속을 헤맨다
가시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면서 허공을 향해
추억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랑이 붉은 빛으로 채색된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불고
사랑이 남긴 상처가 다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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