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가을이 울었다

수없이 오랜 시간
너는 내 앞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어
함께 걷던 밤에는
네 색깔로 물이 들었지

네가 없는 낮에
뜨거운 태양 아래
피부는 검게 타면서
문신으로 새긴 너의 이름은 지워졌어

너는 가을에 왔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밟으며
살며시 내 곁으로 왔던 거야

너의 미소 때문에
눈이 부셨어
너의 음성 때문에
바람 소리도 듣지 못했어

너와 지낸 가을이 뜨거웠어
한 여름의 폭염보다
더 진한 열기에 취해
진하디 진한 단풍의 선혈
그 피를 들이마셨어
낙엽 쌓인 곳에서
우리는 레드 와인을 토해냈던 거야

네가 떠난 시간도 가을이었어
가을을 움켜지고
밤새 고통스러웠던 때
멀리서 뱃고동이 울렸어

가을은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간 거야
너 때문에 가을은 울었어
아픈 기억으로 가을은 멍이 들었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떠난 자리  (0) 2020.11.16
너에게 기대어  (0) 2020.11.16
사랑의 언어  (0) 2020.11.16
추억으로 남는 것  (0) 2020.11.15
<함께 가는 길>  (0) 2020.11.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