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고독을 커피에 타서 마실 때
첫눈이 내린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눈 때문에
연한 그리움이 피어오른다

그때도 눈이 내렸어
서로 좋아 어쩔 수 없었을 때
보고 싶어 밤새도록 기다렸을 때
그 시간에도 눈은 내리고 있었어

첫눈은 언제나 잠시 내리다 말아
손을 잡았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첫눈처럼 사라지고
허전함이 엄습해 온 거야
첫눈은 그래서 고독을 따라 멀어져갔어

어디선가 같은 눈을 보고 있을 거야
눈 속으로 네가 보여
눈을 맞는 네가 아주 작아 보여
옛추억에 눌려서 그럴까
가슴 속에 담겨진 아쉬움 때문일까
둘이 아닌 하나라서 그럴까

곧 또 다시 눈이 올 거야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거야
그땐 같이 눈사람을 만들어
떨어져 있어도 만들 수 있잖아
진한 그리움이 눈을 뭉쳐줄 거야
눈이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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