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곳에서

그렇게 그곳에 머물렀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멍하니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잠시 허망함이 바람처럼 스쳐지나가고
깊은 곳에 숨어있던 뜨거운 욕망이 치솟아
강물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겨울 앞에 선 나목처럼
사랑과 미움의 사치스러움에서 벗어나
그 무엇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지금까지 집착했던 몇 가지 일들이
의미 없음이나 적은 가치로 전락했다

깊은 절망에 빠져
실종된 정신을 찾아 거친 벌판을 방황했다

갑자기 눈이 내린다
정지된 시간을 손에 잡은 채
추상화된 너의 존재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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