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소설 쓰기
정말 쓰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겪었던 많은 일들, 그리고 검사생활을 하면서 보고 들었던 사건들, 변호사로서 함께 웃고 울었던 숱한 사연들... 이런 사건을 통해 내 시선으로 보았던 우리 사회를 진솔하게 그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사건을 그대로 기술하는 것은 안 된다. 당사자들의 프라이버시가 문제된다. 그래서 소설 형식을 빌었다. 모든 사건을 직접적인 사건과는 무관하게 바꾸었다. 단지 그 사건에서 추출할 수 있는 골격만 간추렸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 사건을 파고 들었다 .당사자들의 심리상태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그랬더니 모든 사건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소설의 제목을 처음에는 ‘사랑의 모진 운명’으로 정했다. 그러나 점차 써내려가다 보니 제목이 이상했다. 그래서 다시 바꿨다. ‘작은 운명’으로 바꿨다. 하지만 아직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작은 운명’은 영어로 번역하면, ‘small destiny'다. 운명(運命)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일체를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초인간적인 힘‘이다.
운명은 숙명이라고도 한다. 운명은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불가피한 필연의 힘이며, 누구라도 따를 수밖에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절대적인 힘으로 비합리적·초논리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그리스인은 운명을 모이라(moira), 아난케(ananke), 티케(tyche)라고 부른다. 라틴어에서는 파툼(fatum), 포르투나(fortuna)라고 부른다.
나는 운명에 ‘작은(small)이라는 형용사를 붙였다. 무슨 의미일까? 운명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려고 한 것일까? 그건 아니다. 운명은 인간이 스스로 어떠한 작용을 할 여지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운명이라는 의미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다. 소설의 주인공의 운명을 아주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국한하고 싶어서다.
‘작은 운명’을 써가면서 나는 한 두 사람의 친구를 끌어들이고 싶다. 같이 소설을 써내려갈 사람을 찾고 싶다. 같이 상의하면서 소설의 방향을 잡고, 소설의 주인공들의 삶을 규정짓고 싶은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런 친구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단지 문을 열어놓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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