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2)
명훈 아빠는 너무 억울했다. 고생해서 이제 잘 살 수 있는 때가 되었는데, 놀지도 못하고 악착같이 일만 했는데 이렇게 구속되고 회사가 부도나게 되니까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는 아무하고도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심지어 부인과도 말하기 싫다. 집에서 부인에게 수사받는 상황과 앞으로의 일을 털어놓고 걱정해봤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변호사도 돈을 많이 주고 선임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남의 일이기 때문에 명훈 아빠처럼 크게 걱정도 하지 않는다. 먼저 전화를 해오는 일도 없다. 꼭 명훈 아빠가 먼저 전화하고 찾아가야 그제서야 비로소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세상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외로웠다. 그렇다고 형제들에게 말을 해봤자, 창피하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자의 바깥 생활, 사업, 대외관계는 언제나 이렇다.
모든 것이 자신의 짐이다. 자기만의 지게에 올려져있는 무거움이다. 점점 공황상태가 되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자신감을 잃는다. 우울증세도 나타나고, 대인기피증세도 나타난다.
그러다가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수사대상이 되면 보통 사람들은 공황상태가 된다.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만 생각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희망은 없다. 모든 것이 절망이다. 세상이 무섭게 느껴진다.
명훈 아빠는 늦은 시간이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밤이 늦어서 사방은 고요하다. 적막이 견딜 수 없었다. TV를 켰다. 그리고 술을 찾았다. 그동안 집에서는 담배를 피지 않았는데, 하는 수 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TV에서는 어떤 고위공직자가 사업하는 사람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명훈 아빠는 생각했다. ‘아, 저렇게 높은 위치에 있던 공직자도 구속되니까 저렇게 초라해지고 비참해지는구나. 법원에서는 무죄라는데, 검찰에서는 왜 구속하고 재판에 회부했을까? 억울한 사람도 저렇게 오랫동안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무죄로 겨우 석방되는데, 나는 무죄도 아니고 정말 큰일 났다.’
갑자기 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사람들은 뉴스에서 많이 보고 들었다. 그런데 막상 명훈 아빠는 자신의 문제가 되자, 너무 무서웠다. 자살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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