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8)

기획부동산회사에서는 실제로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지하철역이 생기는 지
역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하여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것이다.

특히 공단이 들어서거나 대규모 택지개발이 되는 곳을 재빨리 정보를 입수해
서 그 지역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한다.

뿐만 아니라 유치권 등의 복잡한 경매물건을 찾아서 다른 사람들이 선뜻 입
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부동산을 권리분석하여 싼값에 낙찰을 받아 다시 매도
처분을 한다.

진근의 아버지 용구용(남, 60세, 가명)과 기획부동산에서 근무하는 윤선희 
실장(여, 50세, 가명)은 죽이 맞아서 부동산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 자주 만
나 서울 근교의 땅을 보러다녔다.

구용은 식당일 때문에 바빴기 때문에 주로 평일 오전에 일찍 선희와 같이 땅
을 보러다녔다. 그러다나 선희가 머리가 좋고 일을 잘하는 것을 보고 선희에
게 낮에는 기획부동산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구용의 식당에 와서 
지배인으로 일을 하도록 시켰다.

선희의 도움으로 구용의 ‘돼지똥’ 식당은 몇 개의 체인점을 내게 되었다. 
그 중 한 개는 아예 선희가 가맹점주가 되어 운영을 맡아서 했다. 선희는 고
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가 회사 사장의 아들을 한명 낳았다.

사장이 선희를 꼬여서 임신을 시킨 것이었다. 선희가 24살이었을 때 사장은 
처음에는 술을 먹이고 술에 취한 선희와 관계를 맺었다.

선희는 그때까지 처녀로 있다가 비록 술에 취해 강제로 당한 것이었지만, 관
계를 가진 다음 이상하게 그 사장에게 정이 들었다.

그래서 임신한 것을 알고 아이를 낳으려고 했더니 사장은 절대로 아이를 낳
아서는 안 된다고 난리를 쳤다. 선희는 그럴수록 아이에 더욱 애착을 하게 
되었고, 끝내 아이를 낳았다.

사장은 하는 수 없이 선희에게 아이에 대한 양육비책임을 지기로 하였고, 아
이는 선희 호적에만 올리도록 했다.

사장은 선희에게 아파트 24평형 한 채를 사주었고, 양육비와 생활비를 지급
할 것을 공증을 해주었다. 다만, 나중에 사장에 대한 상속권은 포기하는 것
으로 각서를 받아놓았다.

그렇게 낳은 딸이 지금 25살이 되었는데, 딸이 열 다섯살 되던 해에 그 사장
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병원에 입원해서 한 달만에 한많은 이 세상
을 떠났다.

알고 보니 사장은 돈을 많이 벌어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후 여러 
군데서 사기를 당해 끝내 사업은 부도나고 남겨놓은 재산은 빚밖에 없었다.

뇌출혈로 쓰러진 것도 사장이 사기를 당해 속을 썩였고, 매일 술과 담배를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게다가 사장은 젊었을 때 정력에 좋다는 뱀탕을 많이 먹고, 녹용과 사슴피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정력을 주체할 수 없어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 일주
일에 다섯 번은 반드시 여자관계를 했어야 했다.

이런 저런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선희는 처음에는 사장이 미웠지만, 그래도 
죽었다고 하니까 오직 불쌍하고 딱한 생각만 들었고, 여자를 좋아했다는 사
실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그 사장의 딸은 아버지 피를 닮지 않아서인지, 아주 착
하고 성실하고 신앙심 깊게 성장하고 있었다.

선희 자신도 그렇게 착한 것도 아니고 성실하지도 않고 신앙심이 깊지도 않
고, 선희는 남자를 좋아하는 편인데 어떻게 해서 사장과 선희 사이에서 태어
난 딸이 나타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돌연변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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