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2)

진근의 아버지는 어느 날 경기도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평소 아버지 식당으로 자주 오는 단골손님과 같이 바람을 쐬러 나갔다. 그 여자는 강남에서 기획부동산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주로 지방땅을 대규모로 사들여서 개발계획을 내세워 쪼개 파는 일을 하는 회사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립한 대규모 관광단지에 관한 지역개발계획이 발표되면 이를 근거로 해서 그 지역에 있는 야산을 싼값에 사들인다.

그 다음에 지역개발계획을 화려하게 포장해서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 물론 신문에 발표된 관광단지추진계획기사를 곁들인다. 기획부동산회사에서는 아르바이트 홍보요원을 몇십명씩 고용하여 전화로 광고를 한다.

그러면 여유자금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미끼에 걸린다. 평당 30만원씩 100평을 구입하라고 한다. 그러면 나중에 경치 좋고 관광단지 주변에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중간에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주겠다고도 한다. 사람을 솔깃하게 만든다. 회사사무실에 가보면 인테리어를 아주 고급스럽게 해놓았다. 사무실이 으리으리하다. 전화를 걸었던 여자직원은 실제로는 부동산개발사업에 대해 잘 모르고 전화만 한 것이다.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나타나서 청산유수로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재테크방법을 설명한다. 그곳 부동산회사를 통해 돈을 번 성공사례를 말해주는데, 몇십억원 내지 몇백억원을 번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실명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어떤 국회의원 또는 장관, 법조인, 언론인 들을 암시해서 거론한다. 그 사람들은 이런 기획부동산을 통해서 서울에 빌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회사를 찾아간 사람은 몇 천만원의 돈밖에 여유자금이 없는 형편이니까, 그에 맞는 투자처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꼭 찝어서 말해 준다.

그러면 어리석고 투자경험이 없는 어리숙한 손님은 그 자리에서 가보지도 않고 관련 서류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땅을 공유지분 형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3백만원을 계좌이체로 입금시킨다.

그리고 계약서 한 장 들고와서 곧 몇 배의 수익을 볼 것처럼 꿈에 부푼다. 하지만 그 땅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개발은 되지 않고 땅값은 오히려 떨어진다.

개발계획은 원래 수립했다고 해도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고, 장기적인 국토이용계획은 꼭 실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매우 장기적인 계획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억울하다면서 찾아가서 싸우기도 하고, 사기죄로 고소도 하지만 법이란 무조건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는 완전한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그 사람은 등기부상 공유지분만 가지고 앞으로 10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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