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4-16

변호사는 남의 일이기 때문에 정 사장처럼 크게 걱정도 하지 않는다. 먼저 
정 사장에게 전화를 해오는 일도 없다. 꼭 정 사장이 먼저 전화하고 찾아가
야 그제서야 비로소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세상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외로웠다 그렇다고 형제들에게 말을 해
봤자, 창피하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남자의 바
깥 생활, 사업, 대외관계는 언제나 이렇다. 

모든 것이 자신의 어깨에 지고 있는 짐이다. 자기만의 삶의 지게에 올려져있
는 무거움이다. 점점 공황상태가 되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자신감을 잃
게 된다. 

우울증세도 나타날 것이고, 대인기피증세도 나타날 것이다. 잘못하면 자살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TV를 켰다. 그리고 술을 찾았다. 그동안 집에서는 담배
를 피지 않았는데, 하는 수 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지금의 공황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런 것밖에 없었다. 자신의 육체를 마
비시키고, 정신을 둔화시키는 것이 유일했다. 술기운이 올라오자 약간 몽롱
해졌다. TV에서는 어떤 현직 검사가 투신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현직 검사가 피의자 신분으
로 조사를 받는 중압감과 수치심, 억울함 때문에 투신해서 병원으로 옮겨졌
으나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정 사장은 왜 저런 자살사건이 일어나는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전
에는 뉴스에 피의자가 자살했다고 해도 남의 일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대기업 회장도 자살하고, 도지사도 자살하고, 공무원도 자살하고, 경찰관도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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