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9)
민첩 아버지는 아무튼 전에 애인 있는 여자를 건드렸다가 죽을 뻔한 다음부터는 유부녀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렸다.
그러면서도 아예 여자를 만날 생각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새로 여자와 연애를 하려고 할 때에는 우선 상대 여자가 정말 혼자 있는 여자인지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했다.
아무리 여자가 겉으로 보아 가정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믿지 않았다. 나이가 젊어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를 만날 때 우선 집부터 알아놓았다.
하지만 어떤 여자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 살고 있는지부터 꼬치꼬치 캐물으면 남자를 의심하게 된다. 때문에 민첩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여자와 헤어진 다음, 그 여자를 몰래 미행하였다.
그러다 여자에게 들키면 밤에 여자 혼자 집에 돌아가다가 나쁜 치한을 만날까봐 몰래 뒤따라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다.
순진한 여자들은 그 말을 곧이 믿었다. 어느 정도 친해지면 반드시 여자 집안까지 들어가보았다. 혹시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지, 결혼은 하지 않았어도 다른 남자가 가끔 왔다갔다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다.
이렇게 완벽한 검증절차를 거친 다음, 여자가 결혼하지 않았거나, 결혼했어도 이혼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놓고 데이트를 하고 잠자리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민첩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뒷조사를 하고, 미행하고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기술을 습득했다. 민첩 아버지의 경험과 노하우가 같은 집에 사는 아들 민첩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수되어서 그랬는지 나중에 민첩은 흥신소를 차려 사장으로서 성공하게 된다.
민첩 아버지는 결혼하고 민첩을 낳기 전까지는 몸이 비교적 허약한 편에 속했다. 여자를 좋아하는 기질은 선친으로부터 타고나서 그런지 사람들이 말하는 색골이었지만, 몸은 허약해서 성적으로도 혼자 즐기는 편이었지, 상대 여자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민첩 아버지는 몸으로 때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돈으로 때우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정력이 약했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돈을 많이 씀으로써 여자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여자들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가 젊고 정력이 강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민첩 아버지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애써 꼬셨는데, 자신보다 돈을 없지만 젊고 정력이 세고, 헬스장에서 몸을 만든 남자에게 빼앗긴 경험을 몇 차례 한 다음부터는, ‘돈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돈 가지고 안 되는 게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만만하게 살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는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여자에 대한 경쟁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은 할 수가 없었다. 민첩 아버지는 아직까지 조상 대대로 집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족보의 범위내에서는 한 사람도 자살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가문의 영광이며 최고의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 명문의 집안에서 태어난 남자가 여자를 꼬시는 경쟁력이 신체의 허약함 때문에 쉽게 자살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수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과 술을 마시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술을 무척 많이 마셨기 때문에 정력이 무척 약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뱀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을 알게 되어 그 사람 때문에 몇 달 동안 뱀탕을 먹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후부터 정력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그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뱀탕의 영험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실력 발휘를 할 데가 없어 일차적으로 부인에게 했더니 처음에는 부인이 좋아하다가 일년쯤 지나서는 도저히 그 남자를 상대할 수 없다고 가출해버렸다고 한다.
그 남자는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는데, 그 탁월한 정력 탓으로 여자들이 항상 줄로 서있다고 했다. 오히려 여자들이 돈을 벌어다가 남자를 도와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핸드폰에서 애인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최소한 다섯명의 여자들이 속옷차림으로 그 남자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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