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0)
정현은 수사관들과 협의해서, 토요일 오후 시간, 회사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한 시간을 잡아 현장에 가기로했다. 그래서 디데이를 잡고, 검찰청 봉고차 등을 이용해서 출동했다. 금고문을 열 전문가도 대동하도록 했다. 김현식의 진술을 근거로 해서 내사사건으로 만들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압수수색영장이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검사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압수수색은 수사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큰 기업체의 경우에는 압수수색이 실시되면 그 즉시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그리고 그 자체로서 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기업체와 거래하는 금융기관이나 다른 업체에서는 수사를 받는 기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위기에 몰리게 되고 장기화되면 부도까지 이르게 된다.
수사팀은 5시간에 걸친 압수수색과정에서 일일주식회사의 회계장부와 비자금장부 등을 10박스 분량 압수수색했다. 정현은 수사팀들과 밤을 새면서 압수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정도 수사를 해서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일주식회사 사장은 회사에서 100억 원이나 되는 비자금을 조성해서 임의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 돈의 일부를 가지고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그렇듯이 일일주식회사 임직원들은 수사 초기에는 매우 완강한 자세로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검사 앞에서 범죄사실을 시인하면, 곧바로 구속되고 회사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관계공무원들에 대한 뇌물공여사실을 시인하면 그 공무원들도 구속되고 파면된다.
그래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검찰에서 수사가 시작되면, 대부분 모든 사실을 부인한다. 비자금조성까지는 쉽게 밝혀진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작성하는 공식적인 장부 이외에 비밀리에 별도로 작성하여 관리하는 장부가 압수되면 회사자금의 업무상횡령사실은 곧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그것이 수표로 사용되지 않는 한,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뇌물 같은 부정한 돈은 대개 현금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한 거래에 대해서는 영수증 같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뇌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부정한 거래에 대해 특별한 물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돈을 준 사람의 자백을 받고, 그에 대한 정황증거를 찾아내면 처벌이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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