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
소리 없이 내린 눈이 쌓였어
밤새 내린 것 같아
사랑이 눈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간직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먼 길을 돌아
하얗게 덮힌 곳에 이르렀어
유난히 눈이 큰 눈사람이
손을 내밀고 있었어
누군가 애써 만든 거야
아픈 사랑을 위해
아프지 않도록
백의의 천사처럼
그곳에 횃불이 있었어
눈을 맞으면서도
꿋꼿이 타오르고 있었어
사랑은 그곳에서 숨을 죽이고
소나무를 향해 날아갔어
창공을 넘어
아마 바다까지 갔을 거야
겨울 호수는 고요했어
갈대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풀밭 위로 떨어진 낙엽
그 옆에 파란 잎들이
빛바랜 사랑을 탓하며
겨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가파른 언덕 위에는
작은 성이 있었어
꿈을 꾸는 곳이라고 해
마주 보는 눈길에
하얀 눈이 쌓이고
때로 살얼음이 녹아
속살처럼 빛나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