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역>
새벽길에 겨울이 차다
눈까지 내린 하얀 길을 따라
작은 수레에 사랑을 싣는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나눈
의미 없는 사랑의 흔적이
도로에 고여 있는 물기에 젖어
허망을 탓하고 있다
밤을 새우지도 않았는데
해장국을 시켜놓고
사랑의 껍질을 벗기며
삶은 계란을 어루만진다
마주 앉아 나눈 밀어들
가슴에서 가슴으로
나비처럼 전해지는 촉감
모란이 필 때까지
작은 사랑은 익어가고
그 안의 검은 씨앗은
우리 영혼이 만든 진주
블랙 커피가 진한 향기를 뿜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