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조사실에서
수요일 11시 반경 차를 타고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12시 반이 되었다. 톨게이트를 지나 조금 가니 큰 중식당이 있었다. 일단 차를 대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모처럼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짜장면이 맛있다.
경찰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켰다. 의뢰인을 만나 같이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사실은 두 팀으로 나뉘어져 모두 십여명이 있었다.
의뢰인은 나이가 많아 조사받는데 힘이 드는 모양이었다. 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작성한 조서를 나중에 읽어보는 것도 힘들다고 나보고 알아서 읽어보라고 한다.
그래도 생각보다 의뢰인은 조사를 잘 받았다. 가끔 내가 변론을 해주었더니 아주 고마워한다. 하기야 의뢰인과 변호사는 법에 관한 실력에 있어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조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쌀쌀했지만 공기는 이런 경우 기분을 무척 상쾌하게 했다. 문득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조사실의 무거운 분위기, 비인간적인 형태에서 벗어나서 그런 것 같았다.
차를 타고 오다가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외국 팝송이다. 음악에 취해 세상의 복잡한 일을 잊고 있었다.
변호사로서 참여하는 경험에서 느끼는 것은 살면서 경찰서는 절대로 가서는 안 될 곳이다. 남과 싸우고, 다투고, 소송을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악인을 만나면 무척 고생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전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자기 자신이 철저하게 해야 한다.
상대를 믿고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있다가 이해관계가 충돌이 되면 양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때는 서로의 악한 본성이 드러나서 죽기 살기로 싸운다.
한편 법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법 자체가 불완전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더 불완전하고, 때로는 실력도 없고, 소명의식도 없고,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사건 당사자들은 서로 거짓말 대회를 시작한다. 거짓말로 진술하고, 위증과 무고가 판을 친다. 법은 그런 거짓말을 여과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
사건은 처리기간도 없다. 몇 달씩 방치되고, 재판은 보통 1년 2년씩 간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이제 개인의 권리와 신체, 생명, 재산은 모두 본인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자. 자기의 것은 자신이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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